김창훈 부사장
반면 글로벌 SW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IT서비스 시장으로 2020년 기준 7019억달러에 달한다. 전체 시장의 47.2% 비중이다. 패키지SW 시장은 6201억달러로 41.7%를 차지한다. 반면 게임SW 시장은 1676억달러로 11.1%에 불과하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는 크게 2가지다. 한국의 SW는 게임산업이 주도한다는 것과 패키지SW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국내에 소프트웨어산업이 태동한 지 50여년 흐르는 동안 소프트웨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와 함께 정책적 배려가 이어져 왔다. 우리도 마이크로소프트(MS)나 오라클 같은 '스타 SW기업'을 만들자는 야심찬 목표가 있었다.
문제는 전통산업, 특히 제조업에 종사하는 '산업 특화 SW인력'의 부족현상이다. 특히 대표 업종인 반도체, 철강, 자동차, 조선산업에 종사하는 SW인력의 불균형은 심각하다. KRG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종사자 326만명 중 IT인력은 6만~7만여명으로 종업원 수 대비 IT인력 비율은 대략 1.8~2.0% 수준이다. 반도체 분야에 종사하는 IT인력은 3500여명이며 철강은 2000여명, 자동차는 8000여명이다. 제조업에 근무하는 총 IT인력은 게임업계 종사자보다 적다.
앞으로 우리 미래를 좌우할 전통적인 주력 산업에서 IT인재들의 품귀현상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차세대 산업이라는 배터리,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제조업체에서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SW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은 50% 넘는다. 최신 전투기의 경우 SW가 원가의 60~70%를 차지한다. SW 개발경쟁력은 판도를 바꿔놓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이들 전통 주력산업에서 SW개발 인력을 구하기란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좋은 인재들이 게임이나 포털, O2O(온&오프 연계사업) 등의 서비스 분야로 몰리면서 제조업체에서 유능한 SW인재를 구하기는 더욱 난망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주력산업의 세계 시장 주도권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는 현실에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비스를 대표하는 게임이나 포털, O2O 분야는 규제완화 등 간접적 지원책으로 가되 상대적으로 인력수급이 취약한 제조업에 특화된 SW인재 육성은 직접적인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 가령 주요 대학 내 산업특화 SW인재 코스를 별도로 신설한다든지, 일정 기간 정부나 관련 대기업이 공동으로 출연한 산업대학에서 이러한 인재를 길러내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특히 제조업 현장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 인력들을 IT인재로 재교육해 현장에 투입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사내벤처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있다. 좋은 예로 최근 현대중공업 산하 사내벤처기업이 자율주행 선박을 개발해 주목받기도 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제조업종에 근무하는 것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업문화를 가진 게임이나 포털 등의 분야에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제조업 강국이라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제조업에 특화된 SW인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미래 우리나라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