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이면서 강대국…中학자가 말한 '중국의 이중 정체성'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1.07.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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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포린 어페어스 7·8월호 표지/사진=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포린 어페어스 7·8월호 표지/사진=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


지난주 중국에서는 7월 1일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많은 기념 행사가 개최됐다. 필자는 마침 국내 중국관련학회가 개최한 중국공산당 100년 학술대회에 갔는데, 중국 정치 전문가들의 발표를 들으며 중국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은 관심 받는 키워드였다. 이번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중국이 계속 부상할 수 있을까(Can China keep rising?)'라는 특집을 기획했다.



특히 중국 국제관계의 최고 권위자인 옌쉐통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이 쓴 '강해지기: 새로운 중국의 외교정책(Becoming Strong: The New Chinese Foreign Policy)'이 인상적이었다. 1952년에 태어난 옌쉐통 원장은 1966년부터 10년 동안 진행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26살인 1978년에 대학에 입학했다.

옌 원장은 1992년 미국 UC버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지금까지 중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미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옌쉐통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사진=중국 인터넷옌쉐통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사진=중국 인터넷
중국의 이중 정체성: 개발도상국이면서 강대국
옌 원장은 중국이 이중 정체성(Dual Identity)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정체성은 '최대 개발도상국(largest developing country)'으로서의 정체성이다. 중국은 200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 경제대국, 2010년 일본을 추월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1인당 GDP(약 1만484달러, 2020년)는 독일(약 4만5733달러), 일본(약 4만146달러)보다 뒤지지만, 14억이라는 거대한 노동력과 소비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성과를 이룬 것이다. 여기까지는 '최대'의 영향이 컸지만, 그래도 정체성을 규정하는 건 '개발도상국'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은 백 년에 한번 오는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하면서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7년 미국이 중국을 전략적 경쟁 상대로 규정하면서 중국은 기대치를 낮춰야 했다.


중국이 개발도상국으로서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자원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옌 원장이 강조한 건 군사영역에서의 역량부족이다.

중국의 두 번째 정체성은 '강대국(a great power)'이다. 중국은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한 역량은 부족하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질서를 따르지 않을 국력과 영향이 있으며 특정 이슈에서 미국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중국은 자신이 강점을 가진 영역으로 경쟁분야를 제한할 것이며, 무역·글로벌 인프라 개발·빈곤감소·디지털 지불결제 시스템 및 5G가 중국의 우세 영역이라고 옌 원장은 분석했다.

의외로 솔직한 내용도 있다. 중국이 자국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서구 자유주의만큼 환영받을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중국 지도부가 중국을 '중국적 특성'을 가진 개발도상국으로 주장하는 건 중국 정치체제와 거버넌스 모델이 해외로 수출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바이든의 대중정책은 배타적 다자주의: 기술·인권이 핵심영역
또한 옌 원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배타적인 다자주의로 규정했다. 배타 대상은 당연히 중국이다. 미국이 기술과 인권문제 등 이슈에 기반한 동맹을 결집해서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으며 향후 수년 간 계속해서 긴장의 원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과 인권 영역에서의 반중 동맹을 정치적 안정과 국가 부흥에 가장 심각한 외부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와 5G 등 핵심 기술영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기술동맹이 중국의 기술 우위 노선에 장애물이 될 것이며 비슷한 이데올로기 동맹이 홍콩, 대만, 티벳, 신장 분리주의자들을 고무시킬 수 있다는 염려다. 이 두 영역은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핵심이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옌 원장은 미중 경쟁이 빨리 달리기 위한 경주이며 상대방을 쓰러뜨려야 하는 복싱 게임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중 경쟁은 양국이 각자의 최선을 다하는 선의의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옌쉐통 원장의 주장은 객관적이면서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학자 한 명의 의견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어렵다. 이는 중국 최고의 미국 전문가가 미국 외교전문지에 기고한 글이다. 중국 외교부가 기고 내용을 미리 확인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국내 중국관련 학회의 중국공산당 100년 학술대회에서 들은 국내 중국 연구자의분석도 인상적이었다. 중국 정치 연구의 권위자인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도 미국보다 힘이 약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내년 10월로 예정된 제20차 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대미정책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제20차 당대회에서 향후 5년을 책임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인데, 지도부 선출이 끝나고 나면 긴장완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중국 최고 지도부의 집단학습 주제가 '중국의 이야기가 왜 외국에서 안 먹히는지'였다며 중국 지도부도 외국의 대중반감을 어떻게 줄일지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뇌리에 남았다.

연설 중인 시진핑 주석/사진=중국 중앙(CC)TV 캡쳐연설 중인 시진핑 주석/사진=중국 중앙(CC)TV 캡쳐
텐안먼 광장에 운집한 참석인원/사진=중국 중앙(CC)TV 캡쳐텐안먼 광장에 운집한 참석인원/사진=중국 중앙(CC)TV 캡쳐
지난 7월1일 개최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은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정확한 중국공산당 만세!", "위대하고 영광스럽고 영웅적인 중국인민 만세!"를 외치며 1시간이 넘는 연설을 마쳤다. 창당 100년이 지난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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