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부리그' 꼬리표 떼고 'K-나스닥' 되려면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6.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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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25주년]⑤

편집자주 코스닥 시장이 7월 1일 출범 25주년을 맞는다. 코스닥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글로벌 주요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5년 동안의 활성화 및 건전화 노력의 결과다. 한편에서는 낮은 외국인 투자비중과 대형 우량주의 부재, 높은 변동성을 지적한다. 코스닥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전망했다.

코스닥, '2부리그' 꼬리표 떼고 'K-나스닥' 되려면


코스피의 2부리그.

25주년을 맞은 코스닥이 아직도 떼지 못한 꼬리표다. 기술 위주의 혁신 기업이 모이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여전히 코스피의 하부리그 취급을 받는다.

2000년대 초반 IT 버블 시대 이후 처음으로 올해 다시 한번 코스닥 1000포인트 시대에 다시 진입했지만 마땅한 대표기업 하나 내세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때 야심차게 롤모델로 내세웠던 나스닥과 비교하면 규모와 실속 면에서 한참 부족하다. 나스닥에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 글로벌 기업이 대거 속해있다. 나스닥은 전 세계 혁신 기업에 이른바 '꿈의 무대'로 꼽힌다.

우선 핵심 기업을 지키는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 이미 네이버, 엔씨소프트, 카카오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모두 코스닥을 거쳐 코스피로 향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주요 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하지 않았다면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도 훨씬 커졌을 것"이라며 "다만 이 기업들이 그만큼 성장을 했다는 뜻이고 주식시장에서 아예 빠져나가는 것은 아닌 만큼 다소 아쉽긴 하지만 국가 경제 차원에서 잘못됐다고 볼 문제는 아니다"고 했다.

현재 코스닥 1,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역시 셀트리온과 합병한 이후 코스피행을 선언했다. 향후 여러 코스닥 기업도 규모를 키운 이후 코스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을 붙잡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코스닥이 내놓을 당근은 마땅치않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달 초 머니투데이 인터뷰에서 "코스피 이전 상장을 생각하지 않도록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라며 "코스닥 대표종목이 남을 수 있도록 내부에서 구역을 나눠 대접을 달리하자는 아이디어도 있다"고 했다.


코스닥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을 늘려 시장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닥150을 추종하는 자금이 코스피200보다 훨씬 적은 것이 현실"이라며 "기관투자자 자금이 코스닥150으로 들어와야 이전상장을 향한 욕구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전성 문제도 코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 횡령·배임·주가조작 등 '모럴 해저드' 관련 사건이 잊을만 하면 등장한다. 상장폐지나 거래정지를 당하는 등 위험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몰려 있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기업의 CEO를 비롯한 내부자들의 횡령, 배임 등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운영 위험이 코스닥 시장에서 더 심한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금융범죄 처벌에 관대한데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패가망신하고 다시 주식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종의 다양성 역시 해결해야 할 주요한 과제다. 28일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를 살펴보면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비롯해 셀트리온제약(2위), 씨젠(4위), 에이치엘비(9위), 알테오젠(10위) 등 5개 종목이 제약·바이오 업종이다.

에코프로비엠,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CJ ENM, SK머티리얼즈 등이 버티고 있지만 여전히 코스닥 하면 제약·바이오 업종이 연상된다.

빈기범 교수는 "R&D(연구개발) 지출이 많은 제약·바이오 업종은 정보 비대칭이 제일 심한 분야기 때문에 기업에서 장밋빛 희망을 얘기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확히 알아채기 어렵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지만 이들을 위한 적절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최근 1년간 코스닥 종목을 대상으로 발간된 증권사 리포트는 총 4501개다.

이마저도 규모가 큰 기업에 집중된다. 이 기간 보고서가 나왔던 기업은 단 619곳(중복 포함)에 그친다. 코스닥 시장에 속한 종목이 1506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 이상은 1년 동안 단 한 개의 보고서도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거래소는 코스닥에 주로 모인 스몰캡(중소형주)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리서치센터을 올해 중 개설할 방침이다. 빈기범 교수는 "코스닥 시장의 정보를 알려주는 애널리스트도 필요하지만 누가 그 일을 할 것인지, 누가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 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공공에서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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