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없애자 SNS로 우르르... 선수 생명 좀먹는 악마의 손가락

스타뉴스 수원=한동훈 기자 2021.06.23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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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스1/그래픽=뉴스1


대형 포털사이트에 댓글이 사라지자 '악플러'들은 SNS로 몰려갔다. 선수들이 받는 정신적 고통은 전혀 나아지지 않은 모습이다.

KT 위즈 이강철(55) 감독은 22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베테랑 박경수(37)를 언급하며 "악성 SNS 메시지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 줄 몰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박경수는 지난 20일 수훈선수 인터뷰 도중 SNS 테러 탓에 상처를 받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부진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정신적으로 가장 지치는 시즌"이라 털어놨다. 이어 "SNS로 오랜만에 (악플도)받았다.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결과를 못 내면 욕을 먹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선을 넘는 메시지도 꽤 있었다. 알고 봤더니 강백호, 배제성, 황재균 등 후배들도 이런 고충을 겪고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포털사이트 뉴스에 악성 댓글을 달던 '키보드 워리어'들이 SNS로 사냥터를 옮긴 것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8월 스포츠뉴스 댓글을 없앴다.



당시 네이버는 "일부 선수들을 표적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비하하는 댓글은 꾸준히 생성됐고, 저희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기술 수준을 높이며,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 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네이버 스포츠뉴스'에서 댓글을 잠정 폐지하고자 합니다"라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악마의 손가락들은 기어코 다른 수단을 찾아냈다. 선수들은 보통 동료나 팬들과 가깝게 접촉하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 소통의 장을 이런 식으로 더럽히면 선수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선의의 팬들까지 피해를 본다.

이강철 감독은 "솔직히 나는 SNS를 하지 않아서 잘 몰랐다. 꼰대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하지만 안 보는 편이 낫지 않나 싶다. 내가 현역으로 뛸 때에는 그냥 야구장에서 욕 한 번 들으면 그만이었다. 그것도 가끔은 멘탈에 지장을 준다. 댓글이 없어져서 조용한 줄 알았다.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조심스럽게 'SNS 자제'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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