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화재, 불끄는데 7시간 걸려...물10만L 쏟아부었다

머니투데이 소가윤 기자 2021.06.2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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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방관들이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 시각) 미국 NBC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17일 오후 9시 30분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외곽에서 발생한 테슬라 모델 S 차량의 충돌 후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곤경에 처했다.

불이 다 꺼진 듯하다가도 검게 그을린 차체의 바닥 부분에서 계속 불꽃이 튀면서 화염이 번졌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관 8명이서 전기차의 불을 끄는 데만 7시간이 걸렸고 2만8000갤런(10만6000L)의 물을 쏟아부어야 했다.



일반 내연기관 차의 불을 끄는데 보통 300갤런(1135L)의 물이 소요되는데,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선 약 100배에 달하는 물을 쓴 셈이다. 이곳 소방서 전체가 보통 한 달에 사용하는 양과 같고 미국 평균적인 가정의 2년 치 사용량이다.

테슬라 모델 X에 장착된 대형 리튬이온배터리는 보통 미국 가정에서 이틀 이상 쓰는 전기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다. 사고 충격으로 대용량 배터리에 화재가 발생하면 온도가 급속히 오르며 더 오래 타오른다. 결국 상당한 양의 물이 필요한데 물 공급원도 마땅치 않다.



소방서장은 "고속도로에서 2만 갤런을 어떻게 구할 것인지 생각만 해도 악몽"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의 인기가 치솟고 있지만 화재에 대처할 수 있는 장비는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NBC는 전했다. 미국 전역 대부분의 소방관이 전기차 화재 진압에 대한 구체적인 훈련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컷 룹스'(cut loops)라 불리는 전류 차단 메커니즘이 심각한 충돌사고 시에 종종 손상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의 비상상황 대처 지침에서 고압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진압에 필요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소방관의 이해도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작년 12월 서울에서도 한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에서 테슬라X 모델 전기차가 벽면을 들이받은 뒤 불이 났는데, 배터리가 다 탈 때까지 연기와 불꽃이 20∼30분 간격으로 발생하면서 진화에만 총 5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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