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3월 4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왼쪽부터)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한국사진기자협회 보도사진연감).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는 1997년 11월 3일 DJP 연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15대 대선을 불과 45일 앞둔 시점이었다. 합의문에는 △대통령 후보는 김대중 총재, 초대 국무총리는 김종필 총재로 한다 △차기 정부의 관료구성 등은 동등하게 균분하고 양당 동수로 공동정부 협의기구를 구성한다 △공동정부 출범과 함께 개헌추진위를 발족하고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개헌안을 발의, 1999년 말까지 개헌을 완료한다 △대통령을 간선으로 선출하고 수상이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순수내각제로 한다. 독일식 불신임제를 채택한다 △내각제 개헌 후 초대 대통령과 수상의 선택은 자민련이 우선권을 갖는다 등 내용이 담겼다.
새정치국민회의와 자민련은 합당까지 추진했으나 의원내각제 개헌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파국을 맞는다. 김종필 총재는 2000년 2월 24일 김대중 정부 출범 2년 만에 공동여당 완전 포기를 선언한다. 김 총재는 훗날 언론 인터뷰에서 "완전히 속았다"라며 김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DJP 연정 결별 사례에서 정책적 동행을 위한 협치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다름을 인정하고 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강력한 의지 없인 정치적 토양이 다른 세력끼리의 화학적 결합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연정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협치 기반 조성을 위해선 권력의 정점에 선 대통령의 실천의지와 제도적 수단 마련이 중요하다. 제왕적 대통령 체제에선 여야 대결구도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차기 대통령은 협치 문제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비전과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숙제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라며 "20~30년 뒤를 내다보는 정책 구상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여야정 협의체는 단기적 현안 논의에 그쳤다는 한계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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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교수는 "국토균형 발전과 부동산 정책, 교육과 산업인력 수급 정책 등에 대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큰 틀의 합의가 필요하다"라며 "2030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장기적인 플랜 마련에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