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 왔나" 코스피 최고치에 또 '곱버스' 베팅한 개미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6.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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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 왔나" 코스피 최고치에 또 '곱버스' 베팅한 개미들


코스피가 사상 최고 수준인데도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곱버스' 투자자다. 이달 들어 투자 규모만 3000억원을 넘는다.

조만간 증시가 조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예상과 달리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향후 코스피 향방에 따라 이들의 희비도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개인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2,145원 ▼45 -2.05%) 상품을 3285억원 순매수했다. POSCO (394,500원 ▲2,000 +0.51%)(3507억원)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한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3위 두산중공업 (16,090원 ▲230 +1.45%)(1943억원) △4위 HMM (14,830원 ▼20 -0.13%)(1716억원) 등을 큰 폭으로 제쳤다. KODEX 인버스 (4,255원 ▼45 -1.05%) 상품 역시 782원가량 순매수했다. 곱버스 순매수 금액과 더하면 총 4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셈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2,145원 ▼45 -2.05%) ETF는 코스피200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코스피200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얻는 식이다. 반면 1% 상승할 경우 2% 손실이 나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투자방식으로 분류된다.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곱버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반면 코스피200 지수를 2배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 (18,555원 ▲335 +1.84%) 상품은 전체에서 6번째로 많은 1804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만큼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곱버스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이유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스권 상단으로 여겼던 3200선에 지난달 말까지 머물던 코스피가 이달 들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그러자 개인 투자자들이 현시점을 고점으로 판단해 곱버스 투자에 나선 모습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코스피가 2800선, 3000선 등 주요 고지를 넘을 때마다 곱버스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간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개인들의 매수세도 크게 약해지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코스피 시장에서 6조7200억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이달에는 보름이 지난 현재 42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아직 곱버스 투자자들의 손실이 크진 않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수준이긴 하지만 상승률은 2.3% 정도로 그리 가파르진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달 초 곱버스를 매수해서 지금까지 들고 있는 투자자라도 5% 미만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달 개인투자자의 곱버스 평균매수단가는 1914원으로 평균 수익률은 -1% 수준이다.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부담과 실적과 경기 회복 등 호재가 혼재한다. 다만 단기 조정을 받겠지만 추세를 바꾸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FOMC를 통해 시장과 격차를 좁힌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표를 확인해가면서 후행적으로 움직일 전망"이라며 "주가 지수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거나 추세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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