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매니저도 이제는 '밀레니얼'이 채웠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6.1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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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매니저도 이제는 '밀레니얼'이 채웠다


우리나라 대표 공모 주식형 펀드의 매니저들이 젊어지고 있다. 기존 스타 매니저들이 사모펀드와 개인투자를 위해 대형 자산운용사를 떠나자 그 빈자리를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1990년대 중반 출생)가 채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와 같은 신성장 기업이 주목받으면서 젊은 감각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전기차&배터리 펀드 선제적 출시로 올해 4600억 모아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주식형 펀드 중 하나인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는 1986년생인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 차장이 운용중이다. 이 펀드는 올해에만 약 4600억원을 끌어모아 전체 설정액이 약 84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펀드로 거듭났다.

황 차장은 연기금의 액티브 퀀트 펀드 등 여러 펀드의 부책임 매니저로 운용 역량을 쌓아오다 2017년 펀드 출시와 함께 책임매니저를 맡았다.



책임매니저는 펀드의 주요 운용 권한을 보유한 사람을 말한다.

황 차장은 전기차, 블록체인, 저변동성, 고배당 등 테마형 투자 경험을 살려 2019년 말에 펀드를 전기차와 배터리를 중심으로 리뉴얼했다.

그는 "전기차에 특화된 펀드에서 수소차, 자율주행, 공유차, 모빌리티까지 투자 저변을 넓혔다"며 "이후 미래차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수익률과 투자자들의 관심이 자연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밸류에이션 논란 등으로 기술주 주주가 흔들리고 있지만 투자 종목수를 늘리고 국가를 다변화하는 등 분산 투자에 집중, 13%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코리아리치투게더·10년투자어린이 올해 수익률 32%...국내 주식형 펀드 강자로 등장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국내운용팀장과 윤정환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스타일밸류운용본부 매니저는 올해 대표 펀드 운용 수익률이 30%를 웃도는 등 공모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1,2위를 다투고 있다.

1987년생인 고 팀장은 현재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대표 국내 주식형 펀드인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를 맡고 있다. 고 팀장은 최광욱 현 J&J자산운용 대표가 퇴사한 뒤 2018년부터 이관우 상무와 함께 부책임 운용역으로 펀드를 운용해왔다. 지난해 말부터는 책임매니저로 올라 투자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부책임을 역임하던 매니저가 책임으로 승진할 경우 투자 철학이 유지되면서 펀드 운용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 내에 삼성전자를 편입하지 않고 카카오 비중을 10%까지 최대로 늘린 게 도움이 됐다. 고 팀장은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삼성전자를 직접 보유하고 있어 펀드까지 투자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의 책임매니저인 윤 매니저는 1989년생이다. 윤 매니저도 이채원 전 대표(현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와 함께 2018년부터 부책임으로 운용에 관여하다 이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책임매니저로 나섰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는 주식시장의 변화보다 기업의 내재가치에 집중, 10년 뒤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어린이펀드인만큼 장기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총보수가 연간 0.648%로 소폭 낮은 점이 특징이다.

국내 대표 중소형주 펀드 '미소중소형'...'천스닥' 힘 받을까
국내 대표 중소형주 펀드인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의 책임 매니저도 지난해 오화영 마이다스에셋운용 주식운용본부 과장으로 변경됐다.

1985년생인 오 과장은 2019년 5월부터 부책임으로 펀드를 운용하다 이하윤 전 주식운용본부장이 지난해 퇴사하면서 책임으로 승진했다. 현재 부책임은 신진호 주식부문 대표가 맡아 지원 사격해주고 있다.

마이다스미소중소형주의 올해 수익률은 11.3%지만 최근 코스닥지수가 다시 1000포인트를 회복하는 등 중소형주가 활기를 띄고 있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이 9.1%다. 반도체 가격이 올해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IT 장비, 소재, 부품업체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젊은 매니저들이 금리 인상기를 경험해보지 못한 점, 책임 매니저로 올라선 지 오래 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우려하지만 사내 리서치팀과 협업을 통해 안정적 운용을 꾀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입장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스타매니저 1인에게 전적으로 운용 권한을 줬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리서치 조직 등 운용 본부의 역량을 키우는 추세"라며 "매니저의 창의적인 투자 전략과 탄탄한 리서치로 안정적인 운용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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