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와 비교한 크래프톤, 몸값 35조원…고평가 논란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6.1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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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와 비교한 크래프톤, 몸값 35조원…고평가 논란


크래프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35조원이라는 높은 몸값을 제시했다.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 (171,400원 ▼1,100 -0.64%)(시가총액 18조6170억원)와 넷마블(시총 11조3459억원)보다도 훨씬 높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부분은 비교기업이다. 크래프톤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 등을 포함시켰다. IP(지적재산권) 기반 사업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평가 시가총액은 35조736억원으로 산정됐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이미 장외시장에서 주목 받아왔다. 연초 약 15조원이었던 크래프톤의 장외 시총은 최근 22조원으로 48.2% 급증했다. 올해 초 크래프톤 장외주식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PB(프라이빗뱅커)를 통해 일부 슈퍼개미들에게 불티나게 팔린 바 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간판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올해 준비 중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산정에 의문이 남는다. 1위 엔씨소프트와의 실적만 봐도 그렇다.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은 매출액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규모면에서 아직 차이가 크다.

크래프톤의 높은 몸값을 뒷받침하는 건 IP를 활용한 사업 확장성이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산정 기준에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넷이즈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레트로닉아츠 △테이크투인터랙티브 등 국내외 게임사를 비롯해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이 포함됐다.


크래프톤 측은 증권신고서를 통해 "배틀그라운드를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키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게임 IP에서 그치지 않고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간판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는 10년 넘는 기간 동안 누적 150억달러(약 1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긴 라이프 사이클을 유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이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 구성을 살펴봤을 때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과 비교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트디즈니는 매출의 63.5%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에서, 워너뮤직은 85.8%가 음반에서 발생한다. 반면 크래프톤은 매출의 80.3%가 배틀그라운드 등 모바일 게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미래 성장에 대한 계획은 알겠지만, 산업구조가 전혀 다른 두 기업을 비교 대상으로 넣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무리한 기업가치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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