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제, 갑자기, 코인거래소는 '금융사'가 됐나요?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1.06.16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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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신고등록 컨설팅 실사가 시작됐다. 등록을 원하는 코인 거래소가 '자발적'으로 신청'하고 금융당국이 직접 찾아가 '컨설팅'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이다. 업계 '빅4' 거래소 중 코인원과 빗썸, 코빗 등 3곳이 '스타트'를 끊었다.

회사별로 출동한 현장실사팀의 구성은 화려하다.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예탁결제원, 코스콤,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유관기관이 총망라됐다.



"코인은 금융이 아니다"라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생각이 바뀐 것일까.

'컨설팅'에 앞서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중 보안인증(ISMS)을 받은 20곳은 공문도 하나 받았다. 금감원이 보낸 서류인데 '코인 상장폐지 현황'과 '유의종목 현황' 등을 제출하라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상장일 및 가격 △상장폐지일 및 폐지가격 △상자폐지일 거래대금 △상장폐지 사유 △해당 (상장폐지) 코인 보유자 수 △해당 (상장폐지 코인) 보유자의 보유잔액) 등을 양식에 맞춰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또 앞으로 상장폐지가 가능한 유의종목에 대해서도 같은 내용을 제출해달라고 통보했다.

'금융기관'만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신중한 행보를 취했던 금감원의 태도가 달라진 것일까.

가상자산업계는 혼란스럽다. 당장 '컨설팅'이 '검사'라는 의미라는 것을 몸소 느낀다. 정식 거래소 등록기한이 3개월 넘게 남았는데 등록 신청 전 사전 실사(사실상 검사)를 받는 현실이 당혹스럽다.


차라리 자금세탁 관련 검사를 받는 것이라면 이해라도 될 텐데 말이다. '컨설팅'이 거래소 등록을 위한 절차인지, 거래소 등록을 막기 위한 정지 작업인지도 헷갈린다. 이 모든 과정이 마무리돼도 '끝난 게' 아닐 거라는 불안감만 커진다.

수년간 금융이 아니라고 외면당했는데 왜 갑자기 금융당국이 자료를 내라고 하는 것인지, 금감원 양식에 맞춰 현황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등을 따져볼 처지도 안 된다.

금융은 아니지만 금융적 측면에서 관리하는, 전략적 모호성의 금융당국의 압박에 업계는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감독당국에 찍히면 안 되니까' 최대한 성실히, 꼼꼼히 준비하는 것외 방법은 없다. 은행을 앞세워 코인 거래소를 '관리'하던 금융당국이 직접 등장한 것에 그나마 감사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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