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오피스 모습. 2020.5.11/뉴스1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자회사의 IPO(기업공개) 이슈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경쟁자를 차례로 물리치고 3위를 지킨 네이버의 아성까지 무너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카카오 주가는 장 초반부터 빠르게 치솟으며 잠시 시가총액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장중에라도 시총 3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네이버도 이날 3.89% 오르면서 종가 기준 3위 자리는 사수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5조6770억원, 영업이익 784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36.6%, 72.1% 성장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
그러자 카카오의 몸집도 빠르게 불었다. 올해 초 약 35조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단 5개월 반 만에 80% 가까이 뛰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주 중에서는 압도적 성장률이다. 이 기간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삼성SDI 등 강자들을 하나씩 제쳤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최근에는 자회사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최근 한 달 상승률만 30.7%에 달한다. 향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 등 주요 자회사 역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15일 액면분할 이후 두 달 만에 주가가 15% 이상 뛰는 간접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권윤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는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 매출이 호조를 보이는 동시에 핀테크, 모빌리티, 웹툰 등 신사업에서 높은 영업이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핵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의 IPO(기업공개)까지 예정돼 있어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 역시 카카오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후 한 달간 외국인 순매수 금액 순위를 살펴보면 카카오가 5214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기관도 역시 1632억원을 사들이며 개별 종목 중 5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굳건히 지키는 코스피 1, 2위와 달리 3위 자리는 안정적인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포스코, 현대차가 나눠 갖던 이 자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적인 대결이 벌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네이버, LG화학이 차례로 도전장을 내면서 지난해 8월에는 세 종목이 하루건너 3위에 오르는 각축전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카카오의 등장으로 시총 3위를 둘러싼 양사의 자존심 대결도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완화되면서 다시 한번 대형 성장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다. 이 과정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양대산맥인 두 기업이 향후 국내 증시의 주도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조가 단기간에 긴축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고 테이퍼링 구체화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할인율 압박에 억눌려있던 대형 기술주, 실적에 근거한 성장주가 부활하면서 상승 추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카카오는 오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커머스 합병 안건을 상정한다. 카카오커머스는 2018년 12월 카카오 쇼핑부문에서 분사했으나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복귀한다.
카카오는 카카오커머스 합병을 통해 주력사업을 광고에서 커머스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전세계 이커머스 사업이 커지는 가운데 네이버와 쿠팡 등 국내 사업자들을 추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