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 머니투데이 주관으로 열린 '2020 그린뉴딜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현대차 수소전기차 '넥쏘'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는 내부를 드러낸 '넥쏘'를 전시했다. 사진에서 차량 뒤쪽으로 보이는 주황색 탱크가 일진하이솔루스가 공급한 수소연료 탱크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진그룹의 수소 전문 계열사 일진하이솔루스(옛 일진복합소재)가 이달 초 수소를 저장해 운반하는 '튜브트레일러용 타입4 탱크'를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한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와 시장이 주목한 이유다. 금속 재질을 탄소섬유로 대체한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탱크는 수소 저장·운반의 안전성과 비용에 대한 고민을 한꺼번에 잡은 해법으로 평가받는다. 타입4 탱크를 개발부터 양산까지 주도한 윤영길 일진하이솔루스 수소사업부장 겸 연구소장(전무·사진)을 지난 11일 일진그룹 서울 본사에서 만났다.
윤영길 일진하이솔루스 수소사업부장 겸 연구소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일진그룹 본사에서 수소저장솔루션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일진그룹
충전소에서 차량에 수소를 충전하는 데 필요한 재압축 공정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타입4 탱크의 성과다. 현재 수소 충전소에서는 200바(bar) 압력으로 압축돼 공급받은 타입1 탱크의 수소를 450바로 한차례 더 압축한 뒤 다시 700바로 압축해 수소전기차에 충전한다. 금속 재질의 타입1 탱크가 700바의 압력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충전소에서 불가피하게 두단계에 걸쳐 재압축하는 방식이다. 수소를 운송 과정에서 곧바로 450바의 압력으로 눌러 담을 수 있는 타입4 탱크가 일반화되면 충전소에서 700바까지 재압축하는 공정을 한번만 거치면 된다. 시간과 공정상 비용뿐 아니라 장비 인프라까지 비용을 단축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공부에 왕도 없다"…차별화 비결
일진하이솔루스가 개발한 타입4 수소 탱크. 사진에 보이는대로 비금속 라이너에 탄소섬유 복합소재를 누에고치처럼 일정한 패턴으로 감아서 700바의 높은 압력에도 견딜 수 있다. /사진제공=일진하이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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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술력과 시장성이 하루 아침에 갖춰졌을 리는 없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03년부터 700바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탱크를 연구했다. 국내에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설비도 없던 시절부터 직접 설비를 만들고 해외 검증기관에 보내 인증받은 뒤 실험하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됐다. 윤 소장은 "공부에 왕도가 없다고 하지 않냐"며 "끝없이 반복된 이런 과정을 통해 한단계 한단계 노하우를 쌓아올렸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의 차별화를 자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쌓인 업계 최고 수준의 개발·양산 데이터는 신제품 개발 기간을 줄이는 노하우로도 꼽힌다. 신차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양산할 때까지 완성차업체와 협력업체가 손발을 맞추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완성차업체의 일정을 맞출 수 없는 협력업체는 처음부터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현대차가 2018년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진하이솔루스가 수소연료탱크를 독점 공급할 수 있었던 비결도 여기 있다. 윤 소장은 "5년 전만 해도 새 연료탱크를 설계해 만들면 10번 중 1번은 실패했지만 최근에는 실패율이 2~3% 수준으로 줄었다"고 귀띔했다.
전체 임직원 178명의 14%가 연구인력이고 연구인력의 56%가 석·박사라는 점도 남다른 자부심이다. 올 12월이면 부지 3500평, 건평 1900평 규모의 전북 완주 연구센터가 완공된다.
10년 뒤면 12조원 시장…"수소저장솔루션 선도"
일진하이솔루스는 최근 선박이나 철도, 지게차, 드론(무인기)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저장솔루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더 많은 화물을 실을수록 수익이 커지는 상용차의 경우 전기차용 배터리에 비해 무게가 덜 나가는 수소의 효율성이 우월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디젤 엔진용 경유를 가득 채워야 하는 선박도 마찬가지다. 수소경제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이면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에서 수소의 TCO(Total Cost Ownership·총소유비용)가 전기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시범용 수소 철도 트램을 이미 운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5년 안에 지게차나 드론, 10년 뒤엔 여객선도 수소를 동력원으로 상용화될 것으로 본다.
윤 소장은 "여러 국내 대기업과 다양한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도 수소저장 솔루션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