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타협 오간 박범계-김오수…'조직개편안' 향방은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2021.06.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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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검찰 관계는 대립과 타협 사이를 오갔다. 박 장관이 힘줘 추진하는 검찰 '조직개편안' 일부 내용에 대해 검찰이 공개적인 반대하면서다. 이는 검찰의 '방파제' 역할을 자임한 김오수 검찰총장과 박 장관 사이 대립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다만 박 장관은 주 후반부로 들어서 김 총장과의 긴급 회동까지 하며 의견을 조율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직개편안은 6월 중하순쯤 발표될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박 장관이 검찰의 우려를 담은 적절한 타협안을 완성할지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장관의 수사 승인?" 대대적 반발 부딪힌 박범계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검찰 인사 협의를 하고 있다. 2021.6.3/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검찰 인사 협의를 하고 있다. 2021.6.3/뉴스1


'조직개편안'은 현재 박 장관 최대의 고민거리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이틀 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조직개편안에 대해) 어제는 고민중. 오늘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검찰과 추가 협의된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박 장관이 하고자 하는 조직개편안에 대한 검찰 내부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된다. 검찰이 반대하는 대표적인 사안은 조직개편안 초안에 들어간 '법무부장관의 수사 승인제'다. 지방검찰청 형사부가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 해당하는 범죄 수사를 진행하려면 검찰총장이나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대검찰청은 8일 오전 '수사 승인을 법무부장관에게 받도록 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망가진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공개 발표했다. 검찰 중립·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청법에 명시된 '법무부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조항도 무색해진다는 의견이었다.

대검은 조직개편안의 인권보호과 확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박 장관의 '형사부 축소' 방향에 반대했다. "(형사부 직접 수사 제한은) 국민이 민생과 직결된 범죄에 대한 검찰 직접 수사를 바라는 경우에도 신속하게 해줄 수 없는 공백을 만든다"며 "그동안 공들여 추진해 온 형사부 전문화 등의 방향과도 배치될 수 있다"고 했다. 다수 법률 전문가도 수사 기관 구조를 급격히 바꾸면 국가적 범죄 검거 능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립과 타협 오간 박범계-김오수…'최종 안'에 주목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검찰 내부에서 박 장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와 김 총장 사이 관계도 경색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총장은 1일 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굳건한 방파제가 돼 일체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검찰의 대대적인 우려를 대변하지 않았을 경우 취임 초기부터 조직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입장에 선 것이다.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수사 전 장관에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문구는 검찰 조직으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며 "김 총장이 아무리 친정부 인사라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초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앞두고 박 장관과 김 총장 관계가 삐걱거린 점도 '갈등 재현' 관측에 무게를 더했다. 3일 두 사람이 만나 인사를 논의한 뒤 김 총장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박 장관 인사안에 반대를 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충분히 들었다"고만 답했다.
실제로 조직개편안을 두고 둘은 대립한 바 있다. 박 장관은 7일 "(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직접수사 범윌르 두고 인권보호·사법통제가 훼손될 수 있는 정도로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조직개편안을 다시 논의하는 데 있어서도 김 총장은 "(박 장관과) 수시로 소통하겠다"고 한 반면, 박 장관은 '김 총장을 다시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을) 봐야죠"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조직개편안을 청와대가 밀어붙인다는 소문이 돈다"며 "박 장관이 어차피 검찰과 척을 진 만큼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박 장관이 대검이 반대 의견을 표출한 8일 저녁 김 총장과 만나 약 4시간 대화를 나누며 상황이 다소 반전됐다. 만남은 박 장관 "조직개편안이 워낙 심각한 문제로 비춰질 수 있어 만나자고 했다"며 "법리 등 견해차를 상당히 좁혔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는 '장관 승인제'를 조직개편안에서 빼는 방향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개편안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관한 규정을 고쳐야 해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 이르면 다음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박 장관이 검찰 우려를 받아들였을지는 결국 최종 안을 확인해야 알 수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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