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는 억울한 회사다. 모기업인 르노그룹이 프랑스를 포함해 유럽에서 엄청난 판매량을 올려도 '이왕이면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시장에서는 홀대받기 때문이다.
좁고 오래된 도로가 많은 유럽에 맞게 대형차를 출시하지도 않는다. '실속·실리'를 가장 중요시하는 르노그룹의 사업 전략 때문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에서 내놓은 SM6는 국내에서는 중형 세단으로 분류되지만, 유럽으로만 가도 '대형 세단' 플래그십 모델로 칭송받는다.
역설적이게도 르노삼성차에 빠진 고객들은 이런 '클래식함'이 매력이라고 말한다. 조금만 지나면 '예전 모델'차가 되어버리는 현대차·기아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SM6에 대한 첫 인상은 굉장히 좋았다. 평소 르노삼성차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오히려 이 세단만의 장점이 부각됐다. 현재 현대차·기아, 수입차들에 들어가있는 안전·편의사양은 다 갖고 있었다.
르노삼성 SM6 전면부/사진=이강준 기자
SM6의 후면 시퀀셜 라이팅/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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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에서는 선입견을 떼고 보면 어디 모난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었다. 중형 세단의 무게감·중후함이 잘 느껴졌으며 특히 기자가 제공받은 '보르도 레드' 색상은 크게 튀지도 않으면서 SM6 디자인과 딱 맞아 떨어졌다. 크게 튀고 싶지는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건 또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적합한 색이었다.
아우디 프리미엄 라인 차량에 들어가는 '시퀀셜 라이팅'도 SM6는 이미 탑재돼있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로는 기아가 최근 K9, K8, EV6 등에 넣기 시작한 기능인데 이보다 훨씬 앞선 것이다.
이외에도 야간에 SM6가 좌·우회전을 할 때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전면부 외부 조명이 켜지는 '코너링 라이트'도 있었고, 차 키를 소지만하고 있어도 SM6와 거리에 따라 자동으로 문이 잠기고 열려 따로 손 쓸 필요가 없어서 매우 편리했다. 모두 SM6에 있을 거라곤 기대도 하지 않았던 편의기능들이었다.
수입차 로고를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훌륭한 '내부'…'T맵' 네비게이션 탑재로 운전도 편리하네
르노삼성 SM6 내부/사진=이강준 기자
가장 좋았던 건 T맵이 기본 내장 네비게이션으로 탑재됐다는 점이었다. 각 자동차 제조사마다 자체 네비게이션이 있지만 운전자의 대부분은 결국 T맵·카카오맵 등 네비 앱들을 쓴다. 굳이 자동차에 내 스마트폰을 연결할 필요가 없어 '운전 준비'가 간편했다.
르노삼성 SM6 계기판. T맵과 실시간으로 연동된다./사진=이강준 기자
SM6는 기본 네비게이션이 'T맵'이기에, HUD에도 네비 안내가 똑같이 나왔다. 계기판에서도 T맵을 연동할 수 있어 주행 중에 시선을 복잡하게 옮길 필요가 없었다. 운전석 조수석 모두 문을 열면 시트가 뒤로 빠져서 승하차하기에도 편했다.
답답한 가속·터치스크린…프로모션 등 과감한 변화 필요해
르노삼성 SM6의 터치스크린/사진=이강준 기자
크루즈 컨트롤도 투박했다. 점점 작동 방식이 편리해져가는 요즘 추세와 달리, SM6의 크루즈 컨트롤은 3~4개의 버튼을 단계별로 눌러야 작동됐다. 앞서 언급한 SM6의 '느린 반응'은 크루즈 주행시 더 악화됐다.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도 반응이 너무 느려서 답답했다. 혹여나 주소를 쓰다가 오타라도 나면 다시 지웠다 쓰기가 피곤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SM6의 가장 비싼 모델(TCe 300)에 풀옵션으로 구매할 경우 약 3800만원을 내야한다. '이럴바엔 그랜저'사지 라는 생각이 절로 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빠르게 추락하고 있는 SM6 판매량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정책이다.
종합적으로 르노삼성 SM6는 일단 '타보면' 차에 대한 선입견이 모두 무너질만큼 훌륭한 차다. 다만 같은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어 변화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대상으로 SM6를 떠올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과감한 프로모션이나, 완전변경(풀체인지)급 페이스리프트 모델 출시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