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데뷔 기대되는 3700만 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6.14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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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데뷔 기대되는 3700만 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


'플랫폼 레볼루션'의 저자 마셜 밴 앨스타인은 4차혁명의 주인공은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4차산업이 추구하는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모바일이 결합된 제품과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플랫폼 혁신은 전통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파괴하고, 우리의 삶을 180도 바꿔놓았다. 당장 배달음식을 주문할 때만 해도 더 이상 전단지를 보지 않고, 배달 앱부터 켠다. 전기밥솥 하나를 사도 포털 플랫폼에서 여러 쇼핑몰 가격을 비교해보고 산다.



전통 유통업체인 이마트 (62,800원 ▼200 -0.32%)롯데쇼핑 (68,200원 0.00%)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목을 걸고 있다. 예상 인수금액만 5조원에 달한다. 양사 시가총액을 훌쩍 넘는다. 플랫폼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렇다고 모든 플랫폼 업체들의 미래가 장밋빛은 아니다. 플랫폼은 철저한 승자독식의 세계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압도적인 점유율이 없다면 협력사로부터 제대로 된 수수료도 받지 못한다. 적자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적자의 늪에 빠져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플랫폼도 수두룩하다.



코스피 데뷔 기대되는 3700만 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
3700만 국민이 이용하는 카카오페이
이런 측면에서 카카오페이는 기초체력이 탄탄한 준비된 금융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송금이 가능하고, 플라스틱 카드 없이도 결제가 가능하다. 또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PB(프라이빗뱅커)를 통해 가입해야 했던 금융상품까지 한번에 가입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상장예비심사를 진행 중이다. 심사 지연 사유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달 말에는 통과할 전망이다. 이후 공모 절차를 거쳐 내달 중 상장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의 가장 큰 경쟁력은 사용자 수다. 카카오페이 누적 가입자 수는 3700만명이다. 국내 만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5명 중 4명이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용자 수가 많다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카카오페이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거래액은 빠르게 증가했다. 2017년 분사 당시 3조8000억원이었던 연간 거래액은 2018년 20조원, 2019년 49조1000억원, 2020년 67조원으로 성장했다. 분사시점과 비교하면 17.6배 늘었다.

카카오페이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있다. 카카오페이 서비스는 카카오페이 전용 앱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 수 47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카카오페이 서비스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다.

비옥한 토지에서 나무가 자라듯 과실이 열리듯 카카오페이는 수천만에 달하는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했다. 지불결제 관련 서비스에서 투자·보험·대출·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로 확대되는 추세다. 협력사들의 입점도 줄을 이었다.

2017년 4월 카카오로부터 분사한 이후 카카오페이 협력사는 35개에서 현재 200개로 증가했다. 4년 사이 협력사가 5.7배 늘어난 셈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해 홍콩과 상하이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했던 중국 앤트그룹과 같은 방향"이라며 "카카오페이의 2대주주이기도 한 앤트그룹처럼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는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업 'NO'…플랫폼으로 평가해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제공=카카오페이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사진제공=카카오페이
지난 4월 카카오페이 관련해 재미있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카카오페이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노출됐다. 통상 공모가는 상장예비심사가 끝나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공개되지만, 카카오페이는 예비심사 서류에 공모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예비심사 서류에 나타난 주당 발행가와 상장예정 주식 수를 감안하면 상장 직후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9조8292억~12조8433억원이다. 일반적으로 공모가는 20~40% 할인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16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후 대표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의 정정 요청으로 공모가 관련 수치는 삭제했지만, 업계에 남긴 파장은 컸다.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는 뭘까.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카카오페이의 산업분류부터 살펴봐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기타 금융업으로 등록했다.

국내에서 기타 금융업에 속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지주사다. 지주사는 보통 PER(주가수익비율)로 기업가치를 산정한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다르다. 기타 금융업이지만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영위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다양한 기업가치 산정 방법을 카카오페이에 적용한다. PSR(주가매출비율)이 대표적이다. PSR은 당장 수익을 내기 어려운 성장주, 그 중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플랫폼 기업에 주로 쓰는 가치 산정 방법이다. 지난 3월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PSR 이외 EV/TPV(거래액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나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 당 기업가치 등 다양한 멀티플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있다.

코스피 데뷔 기대되는 3700만 금융플랫폼 '카카오페이'
결제·송금부터 MTS·보험까지 원클릭으로
상장 후 카카오페이의 숙제는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다. 현재까지 흐름은 나쁘지 않다.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한 이후 실적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2020년 카카오페이의 매출액은 2844억원으로 전년대비 대비 102% 성장했고, 영업적자는 651억원에서 179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카카오페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평가한 메리츠증권은 카카오페이증권의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출시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감안했다.

대신증권 역시 카카오페이의 주요 신사업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면 자회사의 영업적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로서 금융 상품 중개 및 판매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이를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마이데이터 예비인가를 받았고, 이달 9일에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았다. 본인가만을 앞두고 있다. 이미 자동차보험 보상관리담당조직과 정비조직을 구축했고, 최근 보험계리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기존 결제 수수료는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운영 비용"이라며 "결제, 송금 등은 수익창출을 위한 서비스라기보단 이용건수를 늘려주는 트래픽 빌더로서 플랫폼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액만큼이나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
/자료=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자료=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한편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시장가치를 단순히 거래액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신사업을 확장을 통한 거래액 증대보다 비즈니스 모델의 성격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길원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플랫폼은 국가와 유사한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수익을 평가할 때 극단적으로 국채의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해당 금융 플랫폼이 '보완적 중개 모델'인지 '마찰적 경쟁 모델'인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의 주장은 금융 플랫폼이 일반적인 플랫폼과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인 플랫폼과 달리 금융 플랫폼은 금융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추가적인 소비가 일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e커머스 플랫폼 구매 경험이 쌓인 고객들은 구매 편의성 등을 반복 구매를 하게 된다. 그러나 펀드나 보험 등 금융상품은 반복 구매가 발생하지 않는다.

즉 플랫폼이 금융업에 진입한다고 해서 새롭게 시장이 넓어지거나 재창조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금융시장 포화도가 높은 곳 일수록 더욱 그렇다. 결국 금융 플랫폼의 규모와 이익 크기 역시 기존 금융사들이 형성한 영역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전제로 금융 플랫폼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보완적 모델 혹은 마찰적 모델 두 가지다. 보완적 모델의 경우 중개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뜻한다. 자신의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올려놓고 판매 수익 중 일부를 받는 방식이다. 매출과 수익을 타사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마찰적 모델은 직접 수수료와 별도 금융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방식이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중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향후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금융상품을 뒷받침할 자본과 기존 금융업과의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마찰적 모델의 경우 상장 금융사에 버금가는 높은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지만, 높은 위험 노출과 규제에 부합하는 자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약점"이라며 "현재로서는 위험 노출이 적고 작은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보완적 모델이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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