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포위하는 美…K-반도체·배터리 "땡큐 바이든"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장덕진 기자 2021.06.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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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반도체· 희토류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시키기 위한 미국의 정책이 드러났다.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가 미 행정부에 만들어진다.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반도체와 배터리, 희토류, 제약 등 핵심전략품목에 대한 미국내 생산역량을 확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지만,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美 100일간의 공급망 조사 완료…"배터리·희토류·제약은 자국, 반도체는 동맹과 협력"
1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8일(현지시간) '4대 주요품목에 대한 100일 검토보고서(100-Days Reviews under Executive Order 14017)'를 발표했다. 지난 2월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내린 공급망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500억달러(약 56조원)를 투입하고 한국 등 동맹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국내 배터리 공급망 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우고 관련 업계가 참여하는 '배터리 라운드 테이블'을 연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는 미국내 생산을 늘리고, 50~100종의 필수 의약품 자국생산을 위한 정부주도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한다. 아울러 미국 정부는 해외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대표부(USTR) 주도로 공급망 무역 기동타격대를 만들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중국를 옥죄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체적으로 배터리, 희귀광물, 제약은 자국(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반도체는 자국내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심전략품목 공급망 강화에 나서는 것은 첨단산업분야에서 크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중국이 5G(5세대) 통신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며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 만큼 성장하는 것을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자국내 제조업 역량 강화를 통해 일자리를 확대하고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한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선 이대로 중국의 성장을 방치하면 자국 미사일에 중국 반도체가 들어갈 수 있다는 공포를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며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공장을 세운다고 한국 공장 문을 닫는 게 아냐"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국빈만찬장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2/뉴스1
당초 정부와 산업계는 미국의 공급망 조사 결과가 미칠 영향을 우려해왔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이 대거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리 산업계 미칠 영향은 피해보다 수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미 행정부는 보고서에서 "미국 혼자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자국 생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대응할 수 없는 건 동맹과 협력하는게 필요하다"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내 생산만으론 감당할 수 없는 반도체 분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활성화되는 방향이니 환영"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전구체 등의 분야에서 중국 대신 우리 기업들이 수주할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자국내 생산을 유도함에 따라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기우라는 반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세운다고 해서 한국 공장 문을 닫는게 아니다"라며 "한국에서도 오히려 공장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국내 일자리가 늘면 늘었지 역행할리 없다"며 "미국 투자 때문에 한국 일자리가 줄어 든다는 건 이분법적 사고로, 국내 증설 계획도 꾸준히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대중국 수출제한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완화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보고서에 중국에 대한 수출통제도 일부 포함됐으나 당초 시장에서 예상됐던 수준보다는 적었다. 다만 미국 공급망 보고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변수다. 한국 등 미국에 협조하는 국가에 대해 중국이 또 다시 경제보복을 한다면 대중국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수조치급의 대응은 아니다"라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거래할 때 미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만, 그동안 예상됐던 것인 만큼 기업과 정부 모두 대응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해당 보고서에서 외국인투자 심사 강화를 통해 중국으로 기술유출을 막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풍부한 자금력을 통해 기술 면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긍정적이다.

정부는 박진규 산업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산업안보TF(태스크포스)를 지속 가동하고 이해득실을 분석해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합의한 상호투자와 R&D(연구개발)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협요인도 있지만 기회요인도 된다"며 "다행히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포지션(한국의 입장)을 잡고 양국이 협력하기로 합의한 만큼 양국이 상호투자, 공동 R&D(연구개발), 투자와 관련된 인센티브를 주고받으며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사업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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