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인기강사' 무료 인강…"실효성 낮아" vs "사교육 격차 줄일것"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21.06.0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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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사진=이미지투데이없음.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사진=이미지투데이없음.


서울시가 이른바 '1타강사'의 강의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서비스의 실효성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향후 3년간 플랫폼 구축 38억원, 콘텐츠 지원 234억원 등 총 27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서울형 교육플랫폼 '서울런'(Seoul Learn·가칭)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유명 학원 강사의 강의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격차 심화에 대응한다는 목표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정 저소득층 초·중·고교생 8만여명이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온라인 강의 제공을 통해 서울시가 내걸은 '학력격차 해소'가 가능할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단순히 사교육업체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저소득층 학생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근병 서울교사노조 위원장은 "저소득층 학생의 다양한 수요를 무시한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다양한 정서적 문제, 돌봄 문제 등의 해결과 함께 공교육 체계를 더욱 튼튼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도 "현재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학업 성취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지원이 필요한데, 단순히 사교육 강사 강의를 제공하겠다는 접근법 자체가 잘못됐다"며 "이미 콘텐츠는 충분한데, 인강을 더 제공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거라는 생각 자체가 학생들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도 저소득층 학생들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강의 서비스는 충분하기 때문에 새로운 인터넷 강의의 효과는 낮을 것이라는 얘기다.


EBS의 'EBSi'의 경우 누구나 자유롭게 볼 수 있고, 수준별 강의를 제공하는 서울 강남구의 '강남인강'도 연 5만원에 수강 가능하다. 기초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 학생들은 별도 신청 시 강남인강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 또 1타 강사들의 기출 문제 풀이 등 각종 강의도 유튜브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시 차원에서 사교육업체 인강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 자체가 공교육을 무시하고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구 정책국장은 "국민의 눈높이로 봤을 때 공교육 정상화가 더 심각한 과제"라며 "공교육을 통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달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사교육 강사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교사들은 '서울런'이 얼만큼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 무료로 제공되는 인터넷 강의 수준을 뛰어넘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학생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서울에 근무하는 중학교 교사 A씨는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양질의 인강이 제공된다면 교사들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공교육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 상황이고, 소득 수준에 따른 사교육 격차가 크기 때문에 그 격차를 줄이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와 월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는 5.1배 수준이다.

서울시는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제공하기 위해 학원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EBSi, 강남인강와 달리) 학부모,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능력 있는 민간 학원의 강사의 유명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차별점"이라며 "또 학업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전문 자격 강좌, 창의 과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순 강의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체계적인 학습 관리를 위해 멘토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진도 체크, 맞춤형 강좌 추천, 상담 등 멘토링을 통해 교육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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