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난에 현대차·기아 '파죽지세' 꺾였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주명호 기자, 이강준 기자 2021.06.0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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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에 현대차·기아 '파죽지세' 꺾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대란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판매 실적 개선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수출의 경우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늘어났지만 반도체 부족에 따른 일부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생산차질이 가속화되면서 전반적인 증가폭이 꺾였고, 내수 감소폭도 커졌다.

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249,500원 ▼500 -0.20%)·기아 (118,200원 ▲1,600 +1.37%)는 지난달에 전 세계적으로 56만9123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45.4% 증가한 규모다. 내수 시장에선 9.9% 줄어든 10만9957대를, 해외에선 70.5% 늘어난 45만9166대를 각각 팔았다. 해외 시장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기저효과가 두드러지면서 현대차는 67.7%(26만1073대), 기아는 74.2%(19만8093대) 늘어났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현대차는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전년 동월 대비 47%, 기아는 42% 판매량이 급감했었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선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현대차·기아의 판매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기아의 5월 판매량은 전달(4월)과 비교해 5.6% 감소했다. 내수는 9.4%, 해외는 4.6%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울산3·4(2라인)·5(2라인)공장 모두 각각 2일간, 충남 아산공장은 3일간 가동이 중단됐다. 기아 경기 광명2공장도 2일간 생산라인을 돌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실적 상승세가 지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코로나 기저효과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면서 "신차 출시와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판매 증가세를 이어온 내수의 경우 반도체난이 본격화된 지난달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며 그 폭이 커졌고 해외도 세자리수 증가율이 두자리수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올 2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감산에 들어간 한국GM의 판매 감소세도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달 판매량이 1만6428대로 전년 동월 대비 33.7% 줄었다. 내수(4597대)와 수출(1만1831대)이 각각 23.3%, 37.0% 감소했다. 내부적으로 반도체난에 따른 감산 규모가 3만5000여대를 넘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쌍용차 (6,030원 ▲30 +0.50%)도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기도 평택공장 가동을 9일간 중단하기도 했다.

5월에 최악의 반도체난이 올 것이란 전망은 이미 업계에서 나왔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1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반도체 이슈에서 가장 어려운 시점은 5월이 될 것"이라며 "4월까진 이전에 쌓아둔 재고 효과를 봤는데 (재고가) 바닥나는 게 5월"이라고 예상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도 "5월에도 4월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생산 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급난에 현대차·기아 '파죽지세' 꺾였다
고비는 넘겼지만 당분간 반도체 수급문제가 완전하게 해소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악 국면이 끝나는 시점은 6~7월"이라며 "세계 최대 파운더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추가 물량이 나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올 연말까지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지속되면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2분기를 기점으로 수급 불균형의 정점을 지나 하반기엔 완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각 완성차업체는 반도체 수급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실시간으로 재고를 확인하며 생산 차질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말부터 반도체 재고가 확보된 차종과 사양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정 중이다. 최근엔 특정 옵션을 빼면 판매가를 할인해주는 '마이너스 옵션' 등을 통해 반도체난에 따른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을 줄이고 있다.

지난달말부터 공장 가동을 재개한 한국GM은 주력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의 북미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부품 등 수급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최근 유럽 수출을 시작한 XM3의 생산 안정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물량을 우선 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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