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 베이조스는 왜 할리우드 영화사를 살까

머니투데이 성연광 에디터 2021.06.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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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e커머스 공룡 아마존이 MGM(메트로골드윈메이어)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전세계 미디어업계가 술렁였다. 황금색 사자가 포효하는 엠블럼 영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MGM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007' '록키' '로보캅' '양들의 침묵' '터미네이터' '매드맥스' 등을 만든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다. 인수금액만 84억5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 2017년 아마존이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기업 홀푸즈(137억달러)를 인수한 데 이은 두 번째 큰 규모의 딜이다. 아마존에 앞서 애플과 넷플릭스 등도 MGM 인수를 검토했지만 협상과정에서 무산됐다. 애플은 아마존보다 한참 낮은 60억 달러(약 6조6700억원)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아마존이 바가지를 쓴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MGM 엠블런MGM 엠블런


아마존은 왜 10조원 가까운 거금을 들여 MGM을 인수하려 할까. 아마존 OTT(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플랫폼 '프라임비디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였을 것이다. 지난 한해 아마존 프라임회원 1억7500만명 이상이 '프라임비디오'를 봤다. OTT의 제왕 넷플릭스(2억7000만명)를 바짝 추격하는 모양새다. 내실은 다르다. 연 119달러(약 13만2000원)짜리 '아마존 프라임'(2일 무료배송, 음악·전자책 등 포함한 멤버십 프로그램) 회원에게 제공되는 부가서비스 이미지가 강했고 콘텐츠도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경쟁사들보다 열세다. 아마존이 얼마 전 TV 드라마 '반지의 제왕' 첫번째 시즌 제작에 무려 4억6500만달러(약 5200억원)를 투입한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다. MGM을 인수할 경우 아마존이 취약했던 영화콘텐츠를 일시에 보강할 수 있다. MGM은 4000여편의 영화판권을 보유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는 인수 발표 후 "아마존과 MGM스튜디오의 역량을 합쳐 새로운 IP(지식재산권)를 재구성하고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MGM 영화의 리메이킹 버전과 명작 시리즈 후속작으로 승부를 건다는 야심이다. 코로나19(COVID-19) 대유행 이후 OTT 시장은 그야말로 뜨거운 '격전장'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출범 1년여 만에 가입자 수가 1억명을 돌파했고, 불과 1주일 전에는 AT&T가 OTT사업 강화를 명분으로 자회사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430억달러(약 48조원) 규모의 합병을 결정했다. 아마존은 후발 경쟁사들을 따돌리고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한 돌파구로 MGM을 선택한 것이다.



아마존은 명실공히 세계 1위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기업이다. 여기에 과감한 영상콘텐츠 투자로 베이조스가 노리는 궁극적 목표는 아마도 구독경제 플랫폼 최강자 자리 아닐까. 아마존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겠다는 것. 고객들이 플랫폼에 보다 오래 머물고 재방문하게 만드는 유인책이 필요한데 영상콘텐츠만 한 것도 없다. 록인(Lock in·잠금) 효과뿐 아니라 융합 시너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아마존이 MGM의 인기 영화캐릭터 상품을 제작해 독점판매할 수도 있고, 특정 상품 구매자들에게 오프라인 영화할인권을 제공할 수도 있다. 쇼핑도 콘텐츠다. 앞으로 쇼핑과 영상, 광고의 융합화, 이를 통한 수익창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OTT도 결국은 통합 구독플랫폼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넷플릭스가 애플 아케이드처럼 매달 일정 구독료를 내면 게임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게임구독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한치 양보 없는 글로벌 미디어업계의 OTT 패권경쟁은 미래 구독 플랫폼 전쟁의 서막이나 다름없다. 이제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을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다. 지난해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잘나가는 'K콘텐츠'를 활용, 글로벌 OTT 5개를 만들고 규제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콘텐츠 제작업계의 숙원인 영상물 사전등급 심의 폐지 논의는 답보 상태다. 심지어 기존 방송사업자에 준한 규제를 OTT에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국경이 따로 없는 콘텐츠 전쟁에 '우물 안 개구리'식 논쟁만 언제까지 되풀이할 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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