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매각, 돈도 문제고 노조도 문제다"…인수까지 '산 넘어 산'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5.26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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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일권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정관리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와 정부 지원 촉구 1인시위를 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2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정일권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정관리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고용 유지와 정부 지원 촉구 1인시위를 하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1.04.26. [email protected]


쌍용차 (6,040원 ▼50 -0.82%)의 매각 수순이 시작됐다. 이번주 내로 매각주간사가 선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다만 인수의향 업체 4~5곳 모두 쌍용차 인수와 정상화까지 '자금동원력'이 충분치 않다.

게다가 '완전고용' 입장을 고수중인 노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쌍용차를 정상화하려면 인력 구조조정은 필수인데, 인수 후보자들이 노조와의 갈등을 잘 봉합할 수 있는지 여부도 지켜봐야한다.



26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매각주간사로는 EY한영, 미래에셋증권 등이 도전장을 냈으며 이날까지 프리젠테이션(PT)이 이뤄진다. 업계는 조사위원을 맡으며 쌍용차의 상황을 파악한 EY한영이 사실상 선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법원 허가가 이뤄지면 매각주관사가 확정되고, 쌍용차 매각을 위한 수순이 진행된다. 현재 쌍용차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기존 인수 희망자였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전기버스 제조 업체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박선전앤컴퍼니 등이다.



HAAH오토모티브·에디슨모터스·케이팝모터스 "우리가 쌍용차 인수 적임자"
 [평택=뉴시스]배훈식 기자 = 쌍용자동차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진 15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모습. 2021.04.15. dahora83@newsis.com [평택=뉴시스]배훈식 기자 = 쌍용자동차에 대한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이 내려진 15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본사 모습. 2021.04.15. [email protected]
회생계획이 가장 많이 알려진 곳은 미국 HAAH오토모티브다. 미국 내에 딜러망을 갖고 있고, 중국 체리자동차의 계열사로 완성차 회사를 운영하고 영업을 해본 노하우가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HAAH가 손을 든 것은 쌍용차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연간 10만대 이상 판매할 수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봤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HAAH는 그간 미국시장에서만 중국 내연기관차를 매달 1000~2000대 사이를 판매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국차도 매달 2000대씩 팔리는데, 역산해보면 장기적으로 쌍용차도 연간 10만대 이상 팔 수 있지 않겠냐'는 계산이 HAAH 내부에서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 기술로 쌓은 노하우를 쌍용차에 도입하면 5년 내에 흑자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중심이 돼 컨소시엄을 구성한 후 3000억원 가량의 투자펀드를 조성해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케이팝모터스와 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는 인수가 확정되면 국책연구기관들과 협업해 기존 승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해 나가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수자금 3조8000억원은 케이팝모터스가 나스닥 및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인수의향자들 모두 '자금동원력' 의문…'완전고용' 입장 노조는 어떻게 설득?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12년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쌍용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9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2021.04.09.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기자 = 12년만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쌍용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 차질로 8일부터 오는 16일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은 9일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 모습. 2021.04.09. [email protected]
그러나 문제는 쌍용차 매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투자금 동원력'이 확실하게 보장된 인수의향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쌍용차의 '덩치'가 인수의향자들보다 훨씬 크다. 인수의향자 대부분 자체 자본이 아닌 외부 투자자를 끌어오는 방식이라 계획대로 인수가 진행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HAAH오토모티브의 외부 전략적 투자자는 캐나다 1곳, 금융투자자는 중동 2곳으로 알려졌다. HAAH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했지만 투자금보다 많은 쌍용차의 공익채권에 부담을 느낀 외부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내지 못해 결국 P플랜(사전회생계획·Pre-packaged plan)은 무산된 바 있다.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박석전앤컴퍼니의 그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회생계획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인수자금' 자체도 마련하기 쉽지 않은데, 인수 이후 '쌍용차 정상화'까지 꾸준한 자금 투입이 가능한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쌍용차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 쌍용차 같은 큰 기업을 인수할만한 자금 동원력이 있는지 여부가 검증이 안됐다"며 "인수 후 정상화를 위해서는 꾸준한 자금 수혈이 필요한데 그럴만한 여력이 있는지도 확답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쌍용차의 높은 인건비(고정비)도 문제다.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필수적인데, '완전고용' 입장을 관철 중인 쌍용차 노조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일권 노조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며 사람을 잘라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은 틀린 얘기"라며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것만큼은 고민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각과정이 시작되면 또 다른 인수의향자들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 누가 쌍용차를 가져가게 될 지는 안갯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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