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식 배달 받으실 때 꼭 미소 지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주말에 비가 내리자 국물 요리가 먹고 싶어져 주문을 시켰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이날 A씨 남편은 배달 앱을 통해 단골 부대찌개 가게에 주문을 넣었고, 이들은 약 40분 뒤 음식을 받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A씨 남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였다.
A씨는 "그 후로도 몇분 간격으로 7번 전화가 왔다. 같은 번호였다"며 "그때마다 '여보세요?'라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배달기사가 다른 배달을 하던 중 전화 버튼을 잘못 누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방 측에서 다짜고짜 "뭘 째려봐! XX"이라는 욕설이 날아왔다. 그는 다른 말도 없이 이 한마디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놀란 A씨 부부는 식사를 중단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새 차단을 당했는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왼쪽), 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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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8번이나 연달아 안심번호로 전화하고 아무 말 없이 끊은 것도, 생각해보니 남편이 궁금해서 본인에게 역으로 전화하면 안심번호가 아닌 실제 번호가 뜨니까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배달기사가 저희 집 주소를 아는 게 불안해서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하더라"며 "배달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저희 집 쪽으로 배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끝으로 "배달기사한테 친절하게 웃어주지 않았다고 쌍욕 먹는 게 흔한 일이냐"며 "단순히 본인 기분 나쁘다고 칼부림하는 무서운 세상이라 걱정된다. 가급적 배달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앞에선 아무 소리 못하다가 전화로 욕하고 차단하는 거 보니 완전 찌질", "선량한 배달기사들 욕 먹이네", "남편한테도 그랬으니 여자였으면 더 심했을 것", "소름끼친다. 앞으로는 꼭 비대면 배달 요청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한편 최근 음식 배달 시장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고객들의 '갑질'뿐만 아니라 배달기사들의 비상식적 행위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송파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주민에게 성기를 노출하고 달아난 20대 남성 배달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순간적으로 실수했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달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 배달하러 온 기사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마자 버튼에 침을 뱉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입주민 공지문에 따르면 해당 배달기사는 "건물 출입 방법이 까다로워서 화가 나 침을 뱉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