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째려봐? XX"…음식 건넨 뒤 전화해 욕하고 끊은 배달기사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5.1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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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삽화=임종철 디자이너


배달기사로부터 음식을 건네받은 뒤 수차례 장난 전화를 받고 욕설까지 들었다는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식 배달 받으실 때 꼭 미소 지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주말에 비가 내리자 국물 요리가 먹고 싶어져 주문을 시켰다고 운을 뗐다.

A씨에 따르면 이날 A씨 남편은 배달 앱을 통해 단골 부대찌개 가게에 주문을 넣었고, 이들은 약 40분 뒤 음식을 받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A씨 남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였다.



A씨 남편이 전화를 받자 "배달의민족 안심번호로 라이더가 거는 전화입니다"라는 음성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안내가 끝난 뒤 통화 연결이 됐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남편은 "여보세요?"를 수차례 반복하다가 결국 전화를 끊었다.

A씨는 "그 후로도 몇분 간격으로 7번 전화가 왔다. 같은 번호였다"며 "그때마다 '여보세요?'라고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배달기사가 다른 배달을 하던 중 전화 버튼을 잘못 누르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 부부가 의아해하던 그때, 또다시 8번째 전화가 걸려왔다. A씨 남편은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지만 '한 번만 더 받아보자'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방 측에서 다짜고짜 "뭘 째려봐! XX"이라는 욕설이 날아왔다. 그는 다른 말도 없이 이 한마디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놀란 A씨 부부는 식사를 중단하고 상대방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그새 차단을 당했는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왼쪽), 이기범 기자/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왼쪽), 이기범 기자
A씨는 "남편이 착해 보이는 인상이 아니라서 가만히 있어도 '왜 째려보냐'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며 "음식을 건네받을 때 남편이 무표정하게 쳐다본 걸 째려봤다고 오해하고 그러신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고객한테 전화해서 욕할 만한 정도냐"고 반문했다.


이어 "8번이나 연달아 안심번호로 전화하고 아무 말 없이 끊은 것도, 생각해보니 남편이 궁금해서 본인에게 역으로 전화하면 안심번호가 아닌 실제 번호가 뜨니까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A씨는 "배달기사가 저희 집 주소를 아는 게 불안해서 고객센터에 전화했지만 '딱히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하더라"며 "배달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저희 집 쪽으로 배달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끝으로 "배달기사한테 친절하게 웃어주지 않았다고 쌍욕 먹는 게 흔한 일이냐"며 "단순히 본인 기분 나쁘다고 칼부림하는 무서운 세상이라 걱정된다. 가급적 배달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앞에선 아무 소리 못하다가 전화로 욕하고 차단하는 거 보니 완전 찌질", "선량한 배달기사들 욕 먹이네", "남편한테도 그랬으니 여자였으면 더 심했을 것", "소름끼친다. 앞으로는 꼭 비대면 배달 요청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한편 최근 음식 배달 시장이 크게 성장함에 따라, 고객들의 '갑질'뿐만 아니라 배달기사들의 비상식적 행위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난 2월에는 서울 송파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주민에게 성기를 노출하고 달아난 20대 남성 배달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 '순간적으로 실수했다. 죄송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같은달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 배달하러 온 기사도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마자 버튼에 침을 뱉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입주민 공지문에 따르면 해당 배달기사는 "건물 출입 방법이 까다로워서 화가 나 침을 뱉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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