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에 조성된 반려동물 동반 걷기길 '눈치보지 마시개 길'. /사진=유승목 기자
팔자 좋게 늘어져 자는 개를 바라보는 주인의 표정엔 미소가 가득했다. 수도권에서 전라북도까지 한 걸음에 달려왔다는 이 여행객은 "코로나랑 불편한 시선에서 모두 거리두기가 가능한 여행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눈치보지 않고 개와 캠핑할 수 있어 색다르다"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에서 진행한 반려동물 동반 캠핑에서 산책을 통한 행동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행객과 반려견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비인기 여행지→'펫 트래블' 1번지로
지난달 24일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에서 진행한 반려동물 동반 캠핑에서 산책을 통한 행동교정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행객과 반려견의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이에 공사는 전북을 '2021년 반려동물 동반여행 시범 선도 특화사업지역'으로 지정하고 전북도와 업무협약(MOU)을 체결, 동반 안심걷기길인 이른바 '눈치보지 마시개 길'을 조성했다. '오수의 견' 설화로 유명한 임실을 비롯, △김제(새만금바람길) △남원(요천생태습지공원) △진안(운일암반일암 숲길) △순창(섬진강 예향천리마실길) 등 6곳이다. 전주시와 고창군도 합류할 예정이다.
전북의 한적한 자연환경이 반려동물 동반여행에 맞아떨어진단 설명이다. 이정석 전북도 관광총괄과장은 "답방객이 적은 지역을 위주로 걷기길을 선정해 사람과 마주치지 않고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려동물 동반 여행에 최적화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펫팸족 2명 중 1명(59%)이 반려동물과 함께 떠난 여행지에 탁 트인 잔디밭이 있는 것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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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캠핑, 지역경제 선순환
지난달 24일 한국관광공사 전북지사에서 진행한 반려동물 동반 캠핑. /사진=한국관광공사
박정웅 공사 전북지사장은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가 많은 수도권과 달리 전북은 거리가 멀고 특수한 여행수요를 흡수할 만한 배후도시도 많지 않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며 "당초 전라권과 세종, 충남 지역을 타깃으로 잡았는데 수도권에서도 적지 않은 여행객들이 찾았다"고 말했다. 공사 전북지사는 다음달 오수의견캠핑장에서 차박캠핑을 4차례 진행하는데, 이 역시 상품 구매 문의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거리가 먼 리스크가 오히려 지역경제를 살릴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단 분석이다. 캠핑의 경우 숙박이나 식당 등 지역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적어 문제로 지적되지만, 오히려 장거리 캠핑을 계획하며 하룻밤을 더 묵는 등 소비가 커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공사에 따르면 이번 캠핑 사업으로 참여한 여행객 중 56% 전주 등에서 추가숙박을 결정했다. 통상 캠핑할 때 1인당 3~4만원의 비용을 쓰는데, 이 경우 10만원으로 커져 지역소비에 보탬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정웅 지사장은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고, 코로나19로 국내여행수요가 급증하며 반려견 동반 여행객과 그렇지 않은 여행객 간 갈등이 불거지는 등 향후 국내 관광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며 "반려동물 여행 인프라와 펫티켓(펫+에티켓) 문화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전북여행 사업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