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황 전 대표는 한미동맹 정상화, 백신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2021.5.5/뉴스1
"기브 미 초콜릿", "서울·부산·제주 백신 먼저"황 전 대표는 지난 5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이다.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대선후보로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 용사비' 참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방문,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 및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문제는 황 전 대표가 이같은 노력을 국내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그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미 당국, 백신 관련자들과 긴밀히 노력 중에 있다"며 "21세기판 '기브 미 초콜릿', 참 슬프다"고 글을 썼다. 한국의 백신 수급 상황이 6·25 전쟁 직후 미국에게 구호물자를 요구했던 때와 비슷하다는 의도였지만, 대한민국의 국무총리까지 지낸 황 전 대표가 미국 땅에서 자국을 비하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
與 "나라망신, 얼굴이 화끈"여당은 황 전 대표의 발언에 집중 포화를 날렸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황 전 대표의 '기브 미 초콜릿' 발언을 겨냥해 "미국 고위 관료나 전문가들이 볼 때 대한민국 전직 총리가 와서 대한민국 욕을 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라 망신"이라고 말했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부차관보 만난 황교안 전 대표 (황 전 대표 페이스북) (C)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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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백신치료제특위 위원장인 전혜숙 의원 역시 황 전 대표를 향해 "국가를 경영해본 분인데, 황당하게 서울·부산·제주만 먼저 (백신을) 주라고 하는 건 국민 편 가르기로 적절치 않은 언사"라고 밝혔다.
野도 당혹…"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있나"국민의힘 내에서 반응도 싸늘하다. 4.7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혁신'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인데, 당의 유력 인사가 미국에서 '자국 비하' 및 '지역 편 가르기' 논란을 일으킨 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선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황 전 대표의 정치 재개에 부정적인 시선이 강한 상황이기도 하다. 황 전 대표의 활동이 '도로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분명히 존재한다.
장제원 의원은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고 하나. 낯 뜨겁다"라며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인가.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전 대표는 논란이 확대되자 "국민 편 가르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장 의원을 비롯해 이 일로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신다면, 사과드린다"며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황 대표의 해명에 대해 국민들께서 얼마나 공감하실지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