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뉴시스]홍효식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12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발생한 고(故) 이선호씨 사망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5.12. [email protected]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부터 평택항 참사가 알려진 전후 기업을 향한 메시지가 180도 바뀌었다. 안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을 우려하는 기업에 "처벌에 목적이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 14일 고인의 빈소를 찾은 뒤에는 "사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평택항 참사 이후 정치권도 경영책임자나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나온 데 이어 여당을 중심으로 산재예방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보완입법이 이뤄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태영건설과 대우건설, 현대중공업의 사례를 내세워 기업들에게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도 태영건설 집중 점검시 기준이 된 6가지 역량에 중점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면 태영건설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평택항 참사 이후 드러난 복잡한 계약관계 변수, 법률이나 시행령에 직접 영향 여부 주목고용노동부 내부에선 이미 밑그림이 나온 시행령 초안에 평택항 참사가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평택항 참사 이후 복잡한 계약관계가 드러나면서 경영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한 법률이나 이에 따른 시행령 손질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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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의 적응 기간을 고려해 시행령 윤곽을 잡았다. 지난달 태영건설을 집중 점검하면서도 시행령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리더십 △안전관리목표 △인력 및 조직 △위험요인 관리체계 △현장 종사자의 피드백 △협력업체의 안전역량 수준 등 6가지 사안에 대해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시행령에는 이런 6가지 영역에 대한 기준이 포함될 예정이다. 리더십 측면에선 최고경영자(CEO)의 활동이나 경영전략 등에 안전보건에 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점이 담긴다. 안전전담 부서 차원이 아닌 회사 차원에서 안전과 보건에 관한 목표를 세우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무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또 안전과 보건에 관한 인력이나 조직의 업무 독립성을 보장하고, 교육과 평가, 점검을 통한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내용도 시행령에 들어간다. 이밖에 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수렴 여부, 협력업체의 안전역량 지원 등도 앞으로는 점검 항목이 된다.
여기에 이번 평택항 참사 사고를 계기로 경영책임자에 대한 범위를 두고 또다시 논의가 이뤄질 여지가 있다. 현재까지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평택항 사망사고의 경우 계약 관계가 평균 수준보다 훨씬 복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 사망사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가려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보다 명확한 규정이 필요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개정이 뒤따를 수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평택항 사고는 원청과 하청, 이밖에 계약관계가 일반적인 사례보다 매우 복잡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들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