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호 표적된 조희연, '3선' 적신호… 교육감 직선제 회의론까지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21.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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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김진욱)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김진욱)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별채용 부당 의혹에 첫 사건번호를 부여하고 공식 수사에 착수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왼쪽)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1일 오전 과천 공수처와 서울시교육청으로 각각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1호 수사로 서울교육청의 특별채용 비위 건을 지정하면서 서울 교육을 책임지는 조희연 교육감의 지위가 또 한 번 흔들리게 됐다. 조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선거 당시에도 선거법을 위반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아 직위를 박탈 당할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건으로 부산, 인천교육청의 특별채용 문제까지 확산될 조짐이 보이면서 진보 교육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다. 공수처 수사로 혐의가 밝혀지면 조 교육감의 3선 도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수처, 첫 사안인만큼 강도 높은 수사할 것"… 진보교육계 위기감 확산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에 최근 착수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조 교육감 사건에 사건번호 '2021년 공제 1호'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공수처 이름으로 시행되는 첫 수사인만큼 공수처도 사활을 걸고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수처가 처음 빼든 칼인 만큼 어떻게든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라며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진보 교육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돈다. 감사원이 특혜 대상으로 지목한 해직교사들이 진보 교육계에 큰 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교육계가 한 목소리로 공수처의 처사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전교조는 이날 '적폐 세력의 종이 되려는 공수처, 차라리 문 닫으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전교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법의 심판대에 서지 않는 검찰 권력을 심판하길 바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정치적 무권리 상태에서 고초를 당한 해직교사를 특별채용한 일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한 공수처에 허탈함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페이스북에 "평생을 민주화와 사회정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살아온 조 교육감이 공수처의 1호 사건으로 입건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조 교육감은 교육감이 되기 이전에도 그 험악한 시절에 참교육과 학교 민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전교조 교사들의 투쟁과 해직 아픔을 함께 나눴던 양심의 행동가였다"고 조 교육감을 추켜세웠다.


이밖에도 전교조·서울교육희망네트·전국대학노동조합·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90개 단체가 결성한 서울교육지키기 운동대책위원회,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김한성 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등 진보 교육계 인사 35명 등도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육감을 옹호했다.

이처럼 진보 진영 전체가 조 교육감 살리기에 나선 건 사건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특별 채용과 유사한 사례가 인천, 부산교육청에서도 있었고, 전수 조사를 해야한다는 의견부터 해당 교육청들도 수사 선상에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교육청은 2014년 전교조 출신 전직 사립학교 해직 교사 2명을 공립고 교사로 비공개 특별 채용했고, 부산교육청도 2019년 전교조 해직 교사 4명을 특별 채용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과 인천교육청에서 벌어진 전교조 교사 특채 의혹 관련 공익감사 청구를 위해 서명을 받고있다.

진보 교육계 전체가 '흔들'… 조희연의 3선 '빨간불', 교육감 직선제 회의론도 나와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내년 교육감 선거를 뒤흔들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조 교육감의 3선 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공수처가 조 교육감의 혐의를 밝히고 이를 검찰이 받아 기소할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영향력이 큰 사건들은 대법원 판단까지 진행되는 것을 고려하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채용의 문제는 공정성 문제로까지 불거질 우려가 있다"며 "조국 자녀들의 입학 비리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안 등으로 선거에서 철퇴를 맞은 진보 계열이 불공정 채용 혐의가 있는 조 교육감을 후보로 내세우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도 같은 이유를 들며 "예선까지는 가더라도 결선에서 후보 경쟁력이 확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조 교육감의 당선을 도운 전교조 구성원에 대한 '보은 인사'라는 점에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보 교육계에서 전교조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전교조는 교육감 선거를 직선제로 치르기 시작한 2008년부터 친(親)전교조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단일화 등 조직적으로 선거 운동을 물밑 지원했다. 이번에 특별 채용된 해직교사 중 1명은 전교조 서울지부장 출신으로 2018년 교육감 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왔다가 막판에 조 교육감과 단일화하면서 조 교육감 당선을 도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인사는 "조 교육감은 이미 2014년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직위를 잃을 뻔 한 일이 있다"며 "수도 서울의 수장 자리가 선거와 연관된 사건으로 연이어 흔들리는 것은 교육계의 수치"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보은 인사"라며 "직선제로 인한 부작용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인만큼 교육의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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