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외국인식당 문닫은채 적막감…숨은 감염자 찾기 '비상'

뉴스1 제공 2021.05.10 17:26
글자크기

방역당국 "방문객 적어 전파규모 크지 않을 듯"
주민들 "외국인만 출입…지역확산 없길 바랄뿐"

충남 천안의 한 식당에서 거주하던 외국인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음식점 방문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게시됐다..© 뉴스1충남 천안의 한 식당에서 거주하던 외국인 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음식점 방문자를 찾는 플래카드가 게시됐다..© 뉴스1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주말 내내 하늘을 뒤덮은 황사를 씻어내는 비가 내린 10일 오전, 천안역 앞에서 시선을 제일 먼저 사로잡는 것은 곳곳에 걸려 있는 외국어 간판들이다.

과거 내국인들만의 주요 교통거점이었던 천안역 주변 모습은 이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산업단지가 많은 천안과 아산으로 모여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천안역 앞 언덕을 따라 100여 m 올라가면 2층에 'MAITI GHAR'라고 쓰인 간판을 단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인도와 네팔 정통요리 레스토랑'이라는 한글을 보고서야 이곳이 식당인 줄 알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식당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던 네팔인 사장과 같은 국적의 외국인 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식당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확인된 것은 지난 8일이다. 화성에서 거주하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천안에 내려온 20대가 확진되자 접촉자들에 대한 검사를 통해 추가 감염자가 드러났다.

10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2주간 폐쇄 조치된 천안의 한 인도 음식점. 일자리를 찾는 네팔 동료들의 쉼터 역할을 한 식당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뉴스110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해 2주간 폐쇄 조치된 천안의 한 인도 음식점. 일자리를 찾는 네팔 동료들의 쉼터 역할을 한 식당의 셔터가 내려져 있다.© 뉴스1
식당 주인을 비롯해 함께 거주하던 6명이 모두 감염됐다. 이들은 식당에 마련된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 관계자는 "식당 주인이 같은 국적의 동료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숙식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인근 주민들은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지역 사회 전파를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식당 인근 마트 운영자는 "식당 사장이 한국말을 할 줄 몰라 (한국사람보다는)주로 외국인들이 이용한 것으로 안다. 손님보다는 짐 가방을 든 외국인들이 더 자주 드나들었다"라며 "외국인 감염이 지역으로 번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식당을 중심으로 한 추가 전파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식당 주인을 포함해 식당에서 거주한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됐고 확인된 식당 방문자와 접촉자도 30명 수준으로 적기 때문이다.

시는 30여 명에 대한 진단 검사를 통해 식당을 방문한 3명과 식당 주인의 지인 1명의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외국인 중심으로 추가 전파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외국인 식당 관련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 진단 검사를 권고하는 플래카드를 게시했다.© 뉴스1방역당국은 외국인 식당 관련 숨은 감염자를 찾기 위해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장소에 진단 검사를 권고하는 플래카드를 게시했다.© 뉴스1
이 때문에 방역당국은 숨어있는 감염자를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영어와 네팔어 등으로 된 진단 검사 권고 현수막을 외국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게시했다. 고용노동청과 해당 외국인 국적 대사관에 관련 상황을 공유해 외국인들의 진단 검사를 독려하고 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천안시는 그동안 까다로운 집단감염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며 풍부한 방역 경험과 역량을 구축해왔다"라며 "그간의 경험을 활용해 지역사회 전파를 조기에 차단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식당 이름 'MAITI GHAR'는 '모국'을 뜻하는 네팔 영화 제목과 같다. 20대 네팔 청년은 외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동포들에게 '모국'의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식당을 운영했을 지 모른다. 그 꿈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