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정민이 발견, 걱정 그만하라고 나타난 건지…결과 두고 봐야"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5.0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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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고(故) 손정민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뉴스1지난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고(故) 손정민씨의 발인을 앞두고 아버지 손현씨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다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사진=뉴스1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손정민씨(22)의 아버지가 발인을 마친 뒤 심경을 전하며 "결과를 두고 볼 일"이라고 밝혔다.

정민씨 아버지 손현씨(50)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어린이날 발인이라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며 "각종 신고서에 사망일을 적어야 하는데, 법적으로는 (시신이) 발견된 4월30일을 적더라. 하지만 우리는 실종된 4월25일을 정민이 사망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많은 분들이 오신 가운데 정민이를 화장하고 유골함을 받았다"며 "한줌의 재라는 게 글에선 쉬운데, 아들 유골을 눈으로 보는 것은 참…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손씨는 "정민이 책상 위에 정민이를 잘 모신 뒤 좋아하던 방송을 24시간 틀어주고 있다"며 "식사할 때마다 정민이 책상에도 좋아하던 것을 놓는다. 본인도 어디선가 그걸 알고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또 "아들 사망신고를 하는데 뭔가 바뀐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어제부터는 악몽을 꾸기 시작해서 심리상담도 받았다. 엉엉 우니까 좀 나아지는 것 같다"고 자식 잃은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손씨는 "한강을 바라봤다. 이 큰 한강에서 정민이를 그날 발견한 것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부모 걱정 그만하라고 나타난 것인지… 결과를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오늘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해 선임한 변호사분들 만나고 같이 서초경찰서에 다녀왔다"며 "서장님과 그간 상황을 공유하고, 고생하시는 것 잘 알지만 조금만 더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A씨의 휴대폰을 수색 중인 경찰./사진=김지현 기자지난 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A씨의 휴대폰을 수색 중인 경찰./사진=김지현 기자
앞서 서울 한 사립대 의대 본과 1학년생인 손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30분쯤 집을 나서 친구 A씨와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다가 실종됐다. 이후 실종 엿새 만인 30일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정민씨의 실종 시간대 인근 폐쇄회로(CC)TV 54대의 영상과 공원 출입 차량 133대의 블랙박스 등을 분석하는 한편, 정민씨의 사망 경위를 밝힐 유력한 단서로 꼽히는 A씨 휴대폰을 찾기 위해 한강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4시30분쯤 자신의 휴대전화(애플 아이폰) 대신 정민씨의 휴대전화(삼성 갤럭시)를 가지고 홀로 귀가했다. 술에 취해 손씨의 휴대폰을 실수로 가져왔다고 했다. A씨 휴대폰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기지국과 연결이 끊긴 뒤 전원이 꺼졌다.

현재 A씨의 사라진 휴대폰을 찾기 위해 서초경찰서, 한강경찰대 등 30여명이 투입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간구조사, 자원봉사자들도 함께 수색에 나섰다. 지난 4일과 5일 각각 발견된 아이폰은 A씨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휴대폰은 '아이폰8 스페이스 그레이' 기종이다.

경찰은 당시 주변 목격자 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쳤다. 경찰 관계자는 "목격자 7명은 크게 5그룹"이라며 "서로 다른 목격자들이 현장 상황을 동일하게 진술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CCTV와 블랙박스, 목격자 진술, A씨가 타고간 택시기사 진술, 카드 사용내역 등을 종합해 A씨 동선을 상당 부분 파악했다고 밝혔다. A씨가 신었던 신발을 버린 이유에 대해서도 A씨 아버지 진술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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