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입구 모습 /사진=이민하
강원도 양양은 최근 몇 년 새 여름철 '힙플'(힙플레이스)가 됐다. 그 중심에 서피비치가 있다. 아무도 찾지 않던 이름없던 해변에 매년 70만~80만명이 몰려든다. 관광객뿐 아니라 전세계 유명 브랜드들도 자기들 광고판을 놓기 위해 줄을 섰다. 속초 청초호 옆에 자리잡은 칠성조선소도 마찬가지다. 주말마다 연인과 가족 등 4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오래된 여인숙을 개조한 강릉 위크엔더스는 20~30대들 사이에서 '힐링' 여행지로 입소문을 탔다. 지역 인구보다 수십배 많은 사람들이 매년 이 곳들을 찾는다.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던 장소를 새로운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킨 것은 지역 창업가들이다. 잘 키운 로컬벤처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군사제한구역에서 이국적인 '힙플레이스'로
강원도 양양 서피비치 입구 모습 /사진=이민하
서피비치는 원래는 이름 없던 해변이었다. 2015년 박 대표 등이 40년간 출입이 통제됐던 양양 하조대 근처 군사제한구역의 공유수면점유 사용허가를 얻어 시작했다. 전체 1㎞에 달하는 해변 중 300m를 사용 중이다. 허가를 얻는 일부 해변을 제외한 양옆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박 대표는 "청년들은 좋은 사업기회를 얻을 수 있고, 서피비치는 방문객들한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파라솔, 튜브 등 획일적인 여름 해변에서 벗어난 새로운 즐길거리가 있는 해변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대째 이어온 칠성조선소, 청초호 대표 관광지 '탈바꿈'
속초 칠성조선소 전경 /사진=이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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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초호 주변에는 6.25 전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피난민들의 터전이 있었다. 칠성조선소도 그 중 하나다. 초대 창립자 최칠봉 씨가 함경남도 원산에서 피난을 내려와 처음 문을 연 1952년부터 3대째 이어 2017년까지 65년간 운영했다. 탁 트인 3300㎡(약 1000평)에 달하는 조선소 부지는 전성기 때 규모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조선소의 역사를 고스란히 손자 부부인 최윤성·백은정 와이크래프트보츠 대표(사진)가 이어받았다. 배를 만들고 수리·해체하던 공간을 전시관으로 개조하고, 나무를 제련하던 야외 공간을 어린이 놀이시설(플레이스케이프)로 바꿨다. 숙소는 북살롱으로, 레저용 선박을 건조하던 공장은 카페로 꾸몄다. 실제 건조된 소형 고기잡이배나 배 인양을 위한 크레인 등 기존 조선소 시설은 그대로 보존했다. 잊혀졌던 조선소는 주말이면 평균 3000~4000명, 연간 40만명이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최윤성(오른쪽)·백은정 와이크래프트보츠 대표
'힐링' 여행지 된 여인숙 '위크엔더스'
강릉 위크엔더스 입구 /사진=이민하
여느 숙박업소와 다른 점은 겉모습뿐이 아니었다.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강릉의 바다와 자연을 활용한 '리트릿(retreat)' 체험 프로그램이 유명했다. 투숙객들이 바쁜 도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고안한 일종의 '패키지' 서비스다. 1박2일로 머물면서 강릉 숲에서 명상을 하고, 바닷가에서 서핑과 요가를 한다. 식사 때는 함께 모여 강릉 지역 음식을 먹는다. 조식에 제공되는 두부 스프레드는 강릉 초당두부를 활용해 직접 개발했다. 한 번 맛 본 사람들이 사고 싶다고 해서 올해는 별도 상품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위크엔더스에서 만난 염승식·한귀리 위크엔더스 공동대표는 강릉 사람들이 아니었다. 염 대표는 서울 홍대 유명 록밴드 '게이트 플라워즈'와 '전인권 밴드'의 기타리스트, 한 대표는 잘 나가는 방송국 PD였다. 이들은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서핑을 즐기다가 2년 전 아예 정착했다.염 대표는 "그동안 여러 여행지에서 겪었던 경험을 녹여 공간과 리트릿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주말마다 바다에 오고 싶어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힐링 공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귀리(왼쪽)·염승식 위크엔더스 공동대표 /사진=이민하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지역 창업가들은 개인사업자에서 출발해 점차 지역 사회와 산업을 혁신하는 로컬벤처로 거듭나고 있다"며 "유명 관광지를 운영하는 개인에 그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투자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말 소풍벤처스와 손잡고 강원 지역 로컬벤처 등에 투자하는 32억원 규모 '임팩트 로컬 투자조합(펀드)'을 결성했다. 강원 지역 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와 규제자유특구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달부터 서피비치 등 강원 지역에 로컬벤처들에 투자를 집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