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유료화, 온클래스 버벅… 원격수업 '각자도생'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2021.05.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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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 비상상황실을 방문,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신학기 개학 이후 시스템 고도화를 거친 온라인클래스에서 오류가 이어지면서 기술진에 신속한 해결을 당부하기 위해 비상상황실을 찾았다. (교육부 제공)/사진=뉴스1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한국교육방송공사(EBS) 공공학습관리시스템(LMS) 비상상황실을 방문,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신학기 개학 이후 시스템 고도화를 거친 온라인클래스에서 오류가 이어지면서 기술진에 신속한 해결을 당부하기 위해 비상상황실을 찾았다. (교육부 제공)/사진=뉴스1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현장에서 원격수업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유료 전환을 앞둔 줌(Zoom)을 대체할만한 실시간 쌍방향 화상수업 시스템이 마땅하지 않은 실정이다. 교육청들은 EBS 온라인클래스(이하 온클래스) 등 대체 플랫폼이 있다며 예산 지원에는 소극적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어 수업에 지장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청들, 줌 유료화 앞두고 네이버 웨일온 협약… "줌과 비슷"
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교육청과 네이버는 지난달 30일 학교 맞춤형 에듀테크 환경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학교 맞춤형 에듀테크 환경 조성을 위해 △웨일 스페이스 무상 활용 지원 △서비스 활용에 따른 개선 사항 도출 △교육격차 해소와 스마트교육 시스템 실현 등을 협력하게 된다.



현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능은 웨일 스페이스가 지원하는 화상 툴 '웨일온'이다. 웨일온으로는 교사 1명이 개설한 수업에서 최대 500명까지 화상 수업이 가능하다. 시교육청이 시범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를 조사한 결과 관내 초·중·고 337개교가 신청했다.

다른 시도교육청 중에서도 서울처럼 네이버와 유사한 협약을 체결한 곳들이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몇 곳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대부분 교육청과 협약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식적으로 밝혀진 곳만 5곳이다. 지난달 28일 경기교육청, 29일 부산교육청 등이 비슷한 내용의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미 올 3월에는 인천교육청, 지난해 7월에는 경남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교육청이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번 협약의 명분은 원격수업 시스템의 다양화다. 하지만 이번 협약을 줌(Zoom) 유료화에 따른 대체제를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UI(유저인터페이스)가 줌과 흡사해 줌을 써본 사람들은 네이버 웨일온이 많이 낯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줌은 학교 무료 이용제도를 오는 7월 말 폐지한다. 줌은 일정 기준 이상의 참여 인원(3명)과 시간(40분)을 초과하면 한화로 2만원 정도의 돈을 결제해야 하는데, 교육기관은 여기서 제외됐다. 하지만 8월부터는 학교도 돈을 내야 한다.

줌에 대한 현장의 의존도는 압도적이다. 서울교육청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관내 전체 초등학교 5학년 기준 94%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었으며 교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원격수업 플랫폼에서는 줌이 42.7%를 차지해 전체 1위에 올랐다. 온클래스(3.1%)·네이버 밴드·클래스팅(3.7%)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인천교육청 초·중·고 대상 조사에서도 화상수업 시스템 사용 비중(중복 선택)에서 줌은 77.4%를 기록했다. 온클래스(34.4%)의 2배였다.

줌 유료화되면 원격 수업 또 공백 전망… 온클래스는 아직도 '삐걱'
사정이 이렇지만 현장에서 줌에 대한 유료지원을 요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한 언론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한 학년에 10개 학급이 있는 초등학교에서 지금처럼 줌을 쓰려면 1년에 600만원 정도를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야 하다보니 교사들은 학교에 줌을 사용할 예산을 달라고 하기가 힘든 실정이다. 각 학교의 학교운영비로 유료 시스템 사용료를 낼 수 있지만 대부분 교육청들은 e학습터나 온클래스 등 대체 플랫폼 사용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네이버와 일정 기간 무료로 플랫폼을 사용하는 협약을 맺게 된 것이다.

결국 줌의 유료화를 앞두고 많은 교사들이 새로운 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수억을 들여 만든 LMS(공공학습관리시스템)는 아직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EBS온라인클래스는 신학기까지 쌍방향 화상수업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하는 등 재구조화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했지만 개학 이후 3월 내내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교사들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서울 한 중학교 교사는 "아직까지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갑자기 접속이 끊기거나 수업 진행 자체가 힘든 상황이 더러 발생하고 있다"면서 "진도율 오류 등 크고 작은 문제는 많이 줄었지만 UI가 불편한 등의 이유로 온클래스를 권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원격수업 공백을 걱정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학교운영비로 유료 플랫폼 사용에 대한 예산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시도교육청 관계자들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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