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달라'며 경찰에 음주 신고…고급주택단지 입주민의 고약한 심보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1.05.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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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사설경호업체와 주차 시비…경호원, 입주민 음주운전 엮으려 허위신고

/사진=뉴스1/사진=뉴스1


지하주차장 사용 문제로 갈등을 겪던 고급주택의 지하주차장 입구를 자신의 벤츠 차량으로 수 시간 가로막은 입주민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주차 갈등에서 시작된 음주운전 허위 신고 사건으로 밝혀졌다.

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임광호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5월10일 새벽 1시5분부터 약 5시간30분 동안 자신의 벤츠 차량을 건물 지하주차장 출입구 인근에 주차한 후 비켜주지 않아 사설경호차량 출차를 방해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가 살던 고급주택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사용 문제로 갈등 중이었다. 세대당 주차장 4면을 이용할 수 있었는데, 다른 입주민 B씨가 사설경호업체를 고용하면서 경호차량 4~5대를 주차장에 세워뒀기 때문이다. A씨가 이 문제로 특히 갈등을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당시 A씨는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러 밤 11시42분쯤 귀가했는데 주차구역이 부족해 차를 댈 곳이 없었다. A씨는 경호원 C씨의 차량 앞에 이중주차 한 뒤 "차 뺄 때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고 주차장을 떠났다.

1시간쯤 뒤 A씨는 차를 빼달라는 C씨 연락을 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차량을 후진시켰다. 그래도 C씨는 차를 빼지 않았고, 그 사이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주차장에 도착했다. A씨가 차를 빼려고 운전대를 잡는 순간 음주운전으로 엮을 속셈으로 미리 경찰을 부른 것이다.

A씨는 경찰에게 사정을 설명했지만 경찰은 우선 절차대로 음주측정에 응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를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가 새벽 6시가 넘을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A씨가 후진시켰던 차량은 주차장 출입구 부근에 주차돼 있었다. 이에 C씨는 A씨 때문에 주차장에서 나가지 못해 병원에서 두통 진료를 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경호업무를 방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임 부장판사는 "C씨는 음주운전이 의심된다는 허위 신고를 한 다음 차량을 빼달라고 A씨에게 연락해 음주운전을 유발했다"며 "이러한 일련의 악의적·조작적 행위가 정상적인 시설경비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경호원들의 다수 주차구역 점유로 인해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해 통로에 주차를 하게 된 상황도 빈번하게 벌어진 일"이라며 "A씨는 언제든지 차를 이동시켜 줄 의사를 갖고 있었고 실제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미필적으로나마 다른 입주민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려는 의사를 갖고 이러한 행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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