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영승계 공식화했지만…사법리스크·반도체 투자 '험로'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5.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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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이재용 황금분할 경영승계, 남은 과제는-③

편집자주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 상속을 '황금분할'로 마무리했지만 남은 과제는 적잖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삼성생명법'을 비롯해 외부 변수가 여전하다.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도 난제로 꼽힌다. 혜안이 절실한 시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지만 여전히 가시밭길에 놓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 수감된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반도체 사업의 조단위 투자까지 결단해야 하는 등 대내외 현안이 산적한 까닭이다.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당면과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재판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주도했다며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기소했다.



사건 자체가 국정농단 사건 이상으로 방대하고 복잡하고 검찰과 이 부회장의 입장이 엇갈려 결론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20만쪽에 달하는 수사 기록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의 경우 1심이 열렸던 2017년 3월부터 확정 판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2차 공판에서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프로포폴 불법투약 의혹 사건도 부담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와 기소를 두고 의견이 7대 7로 찬반 동수로 나오면서 수사 중단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수사팀이 기소할 가능성이 적잖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사건에서도 지난해 6월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프로포폴 의혹 사건까지 기소할 경우 이 부회장은 옥중에서 두 가지 재판을 동시에 대비해야 한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경영 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조단위 투자 등 경영 현안이 쌓여있다. 당장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3 라인 투자가, 해외에서는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설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실적 발표 이후 가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향후 3년 안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4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인텔과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반도체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에도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투자부터 생산까지 1~2년이 걸리는 산업 특성상 선제적인 적기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의 경우 이 부회장의 부재가 길어질수록 삼성전자가 실기할 우려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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