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가상자산거래소 고강도 검증…줄퇴출 예고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1.05.0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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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직원이 시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서 한 직원이 시황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사그러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이 가상자산 거래소 전반을 샅샅이 훑는다. 자칫 은행권이 사고의 책임을 떠안을 수도 있어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중소 거래소는 물론 4대 거래소도 은행과의 재계약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고 2일 밝혔다.



연합회는 가이드라인에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대주주 구성 △취급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재무적 안정성 등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은행들은 연합회 가이드라인에 자체 심사 장치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요구의 인물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거래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의심거래 보고체계 △자금세탁방지(AML)전문 인력 확보 여부 등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200여개에 달할정도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난립한 상황에서 은행들의 깐깐한 심사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상대로 고강도 옥석 가리기에 나선 건 3월부터 시행된 새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때문이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했다. 이때 은행은 실명 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거래소를 평가해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 내 어떤 곳도 은행에 평가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았다. 사실상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종합 인증 책임을 떠안은 셈이다.은행들로서는 경영 투명성과 각종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자금력까지, 심사 문턱을 한껏 끌어올려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는 최소한의 위험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단순히 판매 중개를 했을 뿐인데 부실 책임을 져야 했던 '사모펀드 사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며 "얼마 되지 않는 수수료 때문에 부실 거래소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정 특금법 유예기간은 9월 말까지다. 이때까지 거래소들은 은행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군소 거래소는 물론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등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대 거래소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부정적 견해가 은행 심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은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정부가 보호할 수 없다"며 "200여개 거래소가 있지만 9월 말까지 등록되지 않으면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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