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가상자산(암호화폐) 환치기' 등을 활용해 불법으로 매입한 서울 아파트 중에 초고가 주상복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부동산 시장에서 화제를 모으며 '신고가'를 찍었다. 불법 자금이 들어간 거래가 신고가를 찍자, 뒤따라 고가의 매매거래가 이뤄져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의 불법 부동산 취득을 단속하고 관련 규제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본지 건설부동산 전문 유튜브채널 부릿지가 서울 주요 아파트 등기부등본을 분석해 외국인이 불법으로 취득한 성동구, 강남구, 서초구 아파트 3곳을 찾아냈다. 이들 아파트는 관세청이 환치기 및 부동산 매입 후 외환당국 미신고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적발한 곳이기도 하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달 28일 서울시 아파트 55채(840억원 상당)를 불법 취득한 혐의로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거래는 당시 전용 84㎡ 중 신고가였다. 2019년 10월 30일 84㎡가 23억원에 팔렸는데 한달여 만에 6억원이 올라 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인들은 환치기 수법 중 '가상자산 환치기'를 이용해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환치기는 가상자산을 이용해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해외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는 수법이다. 위안화로 중국 가상자산 거래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전자지갑으로 옮긴 뒤 원화로 인출하는 식이다. 시기에 따라 한국 가상자산 거래사이트가 중국 가상자산 거래사이트 가격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해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
국내 아파트를 매수하고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는 외국인도 있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때는 외환 당국에 부동산 취득사실을 비롯해 아파트의 소재지, 취득금액과 취득사유 등 그 내역 일체를 외환당국에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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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캐나다인은 지난해 6월 40대 한국인과 함께 서초구 한 주상복합아파트 전용 174㎡를 22억원에 매입하고도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적발됐다. 30대 미국인은 2018년 10월 강남구 청담동 한 고급아파트를 62억원에 매입하고 외환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늘어나며 기존 세입자가 피해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집주인이 외국인이면 은행에서 신규 전세자금 대출이 잘 나가지 않아 기존 세입자가 전세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임대인이 외국인이거나 해외 거주자면 전세자금 대출이 잘 나가지 않는다"며 "보통 전세대출 때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 질권설정을 하는데 외국인이면 이런 절차가 힘들고 또 향후 추심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