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선적 알아서 '척척'…스마트 항만 시대 열린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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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감만부두 크레인 2기, 5G 원격제어 시범 운영
LG유플러스, 부산항 이어 광양항·부산신항에도 5G 도입 목표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사진은 16일 부산항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선이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2020.11.16/뉴스1


"사실 자율주행이 가장 필요한 곳은 항만이다. 많은 차량과 컨테이너들이 24시간 오가고, 한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루트로 움직여야 한다. 이보다 더 좋은 자율주행 적용 장소가 또 있을까."

LG유플러스 (10,080원 ▲180 +1.82%)가 5G로 항만을 자동화·디지털화하는 '스마트항만'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항만 중에 5G 네트워크를 구축해 하역장비 등 항만운영에 적용하는 곳은 아직 없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인프라사업담당(상무)은 지난달 29일 부산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5G 스마트항만을 구축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항만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들어오고 나가는 수십톤의 컨테이너들이 자동으로 배치되고 옮겨진다면 어떨까. 컨테이너 선적, 하역 과정에서 5G 원격제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시범운영 중인 크레인을 보기 위해 29일 직접 부산항 신감만부두를 찾았다.

"아무도 없는 크레인 혼자 컨테이너 운반 '척척' 해내네"
부산항 신감만부두에 위치한 207번 크레인. 주변에는 차곡차곡 쌓여 있는 거대한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25m 정도 높이의 크레인은 컨테이너들을 바로 옆 야드트랙터 위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투명한 창문으로 된 크레인 운전석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탑승하지 않은 크레인은 목표로 한 컨테이너를 향해 스스로 내려갔다. 크레인에 달린 컨테이너 이동장비 각 귀퉁이에는 카메라 4대와 센서가 달려 있어 양 끝점을 계속 인식하면서 컨테이너를 안전하게 잡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컨테이너 선적 알아서 '척척'…스마트 항만 시대 열린다
다만 구멍에 고리를 끼워 컨테이너를 집는 순간만큼은 사람이 조작한다. 컨테이너 야적장 뒷편 콘트롤 타워 건물 내에서 원격으로 조종한다.

원격제어실에는 세 개의 모니터가 놓여있었다. 크레인에 달린 총 15개의 카메라로 찍힌 모습을 볼 수 있다. 컨테이너를 위에서 가까이 본 모습, 옆으로 본 모습은 물론, 그래픽을 통해 야적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의 전체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접 원격제어를 해보니 조작하자마자 거의 실시간으로 크레인이 움직일 정도로 반응이 빨랐고, 정교했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일부 필요하다곤 해도 각종 센서와 카메라의 도움을 받는 만큼 실제 사람의 개입은 크지않다. 5G를 통해 보내온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뿐 아니라, 자동위치인식, 자동조향, 자동랜딩, 흔들림방지 기능도 탑재해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수준이다.

"크레인 한번 타면 화장실도 못갔는데…"
컨테이너 선적 알아서 '척척'…스마트 항만 시대 열린다
자동화 방식의 스마트항만이 정착되면 노동환경 개선과 함께 생산성도 높아진다. 지금까지는 컨테이너를 옮기기 위해 작업자가 25m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하루 8시간씩 하역업무를 하다보니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되는 문제가 많았다. 한명의 작업자가 한 대의 크레인만을 제어할 수 있고, 조종석의 시야각 제한으로 컨테이너를 3단까지만 쌓을 수 있다는 한계도 있었다.

5G 크레인 원격제어를 이용하면 작업장에서 떨어진 안전한 사무실에서 조종사 1명이 3~4대의 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다. 더 빨리 나가는 컨테이너를 위에 올려놓고 나중에 나가는 것은 아래로 사전에 재배치하는 것도 편하다. 작업자의 시야에 한계가 없으니 컨테이너를 4단 이상 적재가 가능해 생산성이 40% 이상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업계 종사자는 "한번 크레인을 타면 내려오기도 쉽지 않아 화장실 가기도 힘들었다"며 "아침에 크레인 조종실로 한번 올라갔다 하면 점심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려오는 것 말고는 전체 시간을 꼼짝없이 비좁은 조종실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하다고 하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형 스마트항만'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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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스마트·자동화항만의 필수요소인 5G 기술을 부산에 도입한 후, 이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부산항 신선대터미널과 광양항에도 확대 구축하는 게 목표다. LG유플러스는 2019년부터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서호전기, 고등기술연구원 등과 함께 신감만부두에서 야드크레인 원격제어를 위해 5G 네트워크를 적용, 검증해왔다.

이는 2030년까지 '한국형 스마트항만'을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정책과도 괘를 같이 한다. 해양수산부는 광양항에 먼저 자동화 기술을 검증한 뒤 새로 짓는 부산항 제2신항에서 '스마트 항만'을 본격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전국 항만을 디지털화해, 컨테이너를 들이거나 내보내는 과정, 물류를 옮기는 과정을 자율운항 선박·자율주행 차량과 자동 크레인 등으로 자동화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5G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융합서비스 발굴 및 공공 선도적용 사업 중 항만, 스마트시티, 스마트산단 등 3개 분야 사업자로 LG유플러스를 선정했다. 2020~2022년까지 총 1200억원이 투입되는 가운데, 올해는 400억원을 투자하는 큰 프로젝트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상무는 "크레인 5G 원격제어는 스마트 항만 구축의 첫 시작"이라면서 "스마트 드론을 통해 항만을 순찰하고, 곳곳에 환경 센서를 설치해 대기질을 파악하고, AI CCTV로 24시간 외부인을 감시하는 등 전체적인 스마트 항만 시스템을 구축해 앞으로 5G 기반 스마트 항만 기술이 대한민국 항만 경쟁력을 좀 더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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