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논란에 백지화된 '한중문화타운', 무엇이 문제였나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4.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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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중정서 직격탄에 관광산업도 휘청…잘못된 정보 확산에 지자체 소극적 대응 등이 문제 키워

춘천시민자유연합?강원차이나타운저지범도민연합 기자회견. /사진=뉴스1춘천시민자유연합?강원차이나타운저지범도민연합 기자회견. /사진=뉴스1


차이나타운 조성 논란을 빚었던 '한중문화타운' 사업이 백지화될 전망이다.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코오롱글로벌이 원점으로 되돌리기로 결정하면서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를 시작으로 지난해 코로나19(COVID-19)와 올해 '김치공정'과 조선구마사 사건 등으로 물 오른 반중정서를 고려한 조치다.

중국인이 거주하는 차이나타운이 아닌 관광시설인데도 다소 잘못된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며 일을 키웠단 아쉬움이 일각에서 나온다. 논란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팩트체크'를 했지만, 시종일관 '거리두기'하는 모습을 보인 강원도가 혼선을 키웠단 지적도 불가피하다.



관광환경 변화로 백지화?
= 2017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24일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2017년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24일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 인적이 드물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27일 강원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한중문화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관광산업 환경 변화와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한 제반 여건의 불안정성 확대 등의 현 상황이 사업의 향후 진로를 불확실하게 만들었단 판단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한중문화타운은 2009년부터 추진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 일원의 500만㎡(약 150만평) 규모의 라비에벨 관광단지 내에 들어서는 시설이다. 120만㎡(약 36만평) 규모로 K팝 콘텐츠와 한국 드라마 세트장을 비롯한 한류 테마파크, 중국 전통문화거리와 소림사 한국분원 설치 등의 관광기반시설 조성을 골자로 한 사업이다.



한중문화타운은 코오롱글로벌이 2015년 골프장 라비에벨CC를 만들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골프장 이외 부지 개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시장 '큰 손'이었던 중국 단체패키지(PKG) 수요를 붙잡을 수 있단 판단에 강원도가 관심을 보이며 급물살을 탔다. 2018년 강원도 등과 업무협약을 맺었고, 지난해엔 자본금 50억원으로 특수목적법인(SPC)도 설립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투자유치를 해야 하는 시점에서 코로나19가 터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물론 국내 코로나 확산세가 장기화하며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중화권 관광객이 뚝 끊겼고, 코로나가 종식된 후에도 기존처럼 대규모 단체관광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생긴 것이다.

왜 한국에 작은 중국 만드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여기까지가 한중문화타운 사업 재검토 이유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사업 재검토 결정의 속을 들여다보면 반중정서로 폭발한 국민 분노가 있단 시각이다. 코로나가 터진 지 1년이 지났고, 백신여권 등 해외여행재개 가능성도 거론되는 시점에서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도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사업의 주체로는 코오롱글로벌 외에도 중국 관영매체인 인민일보의 자회사인 인민망 등도 참여한다. 수년 전부터 '중국복합문화타운' 사업 론칭식을 갖고 각종 MOU(양해각서)를 체결해온 상황에서 이를 뒤엎기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국내 정서와 맞지 않는 사업이란 비판여론에 무릎을 꿇었단 분석이다. 시발점은 앞서 지난달 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다. 청원인은 "왜 한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의 고유한 문화를 약탈하려는 중국이 발을 디디게 해선 안된다"고 했다. 이 청원은 한 달여 만에 무려 66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2019년 노(NO)재팬 만큼이나 강해진 반중정서에 따른 결과다. 최근 중국 내 언론이나 민간에서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했다고 호도하는 등 한국의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불거진 이른바 혐중에 타깃이 된 것이다. 중국풍 복색이나 음식으로 드라마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국내 인기여행지인 강원도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달가울리 없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이를 의식한듯 "(한중문화타운은) 집단주거시설로서의 '차이나타운' 조성사업 아니"라고 일축하면서도 "65만 명 이상의 국민들의 마음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며 "관광산업 수요자인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충분히 생각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빛 바랜 '팩첵', 관광업계만 속탄다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 론칭식에 참여한 모습. /사진=뉴시스최문순 강원도지사가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복합문화타운 조성 론칭식에 참여한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문제는 국민분노를 키운 청원을 비롯한 한중문화타운 반대 논리에 오류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중문화타운이란 이름으로 오해가 생겼지만 중국인 집단거주시설이 아닌 관광시설이란 점에서 대전제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또 청원 등에서 알려진 춘천의 중도선사유적지와 한중문화타운 사업부지는 다르다. 현재 춘천 중도선사유적지는 춘천시와 레고랜드 코리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가칭)'를 짓고 있다.

이에 강원도가 지난 17일 '한중복합문화관광타운 팩트체크'라며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잡았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차이나타운이 아니라 문화관광 콘텐츠사업으로 한류도 포함돼 있다"며 "강원도 주체 아닌 100% 민간사업"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지자체가 앞장 서서 차이나타운을 건설하고 있단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 논란을 빚기 전 적극적인 모습과 달리 비판이 불거진 뒤 거리를 두는 강원도의 태도가 불씨를 키웠단 지적이다. 실제 최 지사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강원도를) 공동 투자자로 봐도 좋다"거나 해당 사업을 '한국의 일대일로 사업'이라고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논란 과정에서 강원도는 인허가 주체일 뿐 민간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도가 강제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견지했다.

이에 따라 국내 관광업계에선 다소 아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관광업계 뿐 아니라 지자체도 코로나 이후 방한 인바운드 시장 회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맥이 끊길 수 있단 우려에서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방한관광이 어느정도 회복해야 여행업계 회복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으로 관광 인프라 투자 전반이 위축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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