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섬'-서울시 '콜센터'서 사용, 자가검사키트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1.04.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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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콜센터 등에 활용 계획…당국,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서울=뉴스1)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제품 2종에 대해 조건부 품목허가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 제공) 2021.4.23/뉴스1  (서울=뉴스1)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자가검사가 가능한 항원 방식 자가검사키트 제품 2종에 대해 조건부 품목허가를 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약처 제공) 2021.4.23/뉴스1


코로나19(COVID-19) 자가검사키트 활용 방안을 놓고 방역당국과 서울시가 동상이몽이다. 서울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자가검사키트를 콜센터와 서울복합물류센터 등에 도입, 방역에 적극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번에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자가검사키트의 정확도가 정식 검사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서지역 등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3일 에스디바이오센서와 휴마시스 (1,770원 ▲2 +0.11%)의 코로나19 항원방식 키트 2개를 각각 자가검사키트로써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이로써 다음 달부터는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인터넷으로 자가검사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1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허가는 정식 자가검사키트가 나오기 전에 한시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자가검사키트 결과 양성이 나오면 반드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하고, 음성이 나오더라도 만약 코로나 의심 증세가 계속된다면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경우 슈퍼전파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을 사용하기 전 자가검사키트를 이용해 검사하면 적어도 슈퍼전파자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가검사키트를 콜센터와 서울복합물류센터 등 고위험 시설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자가검사키트를 활용한 검사를 통해 지역에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고, 감염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시범사업 이후 민관기간이나 공공기관으로도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반면 방역당국은 자가검사키트를 제한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에서 "섬 지역이나 도서지역 등 PCR 검사의 접근성이 낮은 곳에서 선별검사용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자가검사키트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자가검사키트로 위음성(가짜음성)이 나올 수 있어서다. 정 청장은 "자가검사키트로 검사할 경우 가짜양성(위양성)·가짜음성(위음성)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자가검사키트 검사 결과와 방역수칙 완화를 연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며 몇 가지 원칙을 갖고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가검사키트는 비의료인이 사용해 검사 결과를 확인하는 제품인 만큼 PCR 방식이 아닌 신속항원검사방식을 통해 만든다. PCR의 경우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고, 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 신속항원검사 방식은 15분만에 검사 결과가 나온다.

다만 자가검사키트는 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통상적으로 PCR 검사의 민감도는 98%, 특이도는 100%다. 민감도는 코로나19 환자가 양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뜻하고, 특이도는 감염되지 않은 환자가 음성으로 나타날 확률을 의미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독일에서 자가검사용으로 실시한 임상적 민감도는 82.5%(40명 중 33명), 특이도는 100%(105명 중 105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환자 100명 중 17명은 위음성이 나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자가검사키트 도입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코로나19 유병률을 고려하면 자가검사키트는 오히려 혼란만 줄 수 있다"며 "임시선별진료소, 선별검사소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 굳이 자가검사키트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위음성이 나올 경우 오히려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확진자가 자가검사키트 결과만 믿고 사회활동을 지속하고, 이로 인해 대규모 전파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자가검사키트로 무증상감염자를 찾아내는 것 역시 확실하지 않다. PCR은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증폭시켜 검사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양이 적어도 확진자를 찾을 수 있지만,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바이러스 양이 많은 상태에서만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파력이 높은 사람뿐 아니라 감염된 사람들을 모두 찾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위음성이 나올 경우 오히려 진단이 늦어지고 유행 억제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사용할 경우 위음성, 위양성에 따라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유병률이 낮은 상황에서 자가검사키트가 유행 억제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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