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예산 짤 때 온실가스 배출량 따진다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1.04.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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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예산 짤 때 온실가스 배출량 따진다


내년 편성하는 2023년도 예산안부터 국가 사업에 대해 온실가스 감축 영향을 분석하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 제도'가 시행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NDC(온실가스감축목표) 추가상향 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가 예산을 짤 때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11년차를 맞은 성인지 예·결산 제도처럼 단지 예산안의 부속서류 수준에 그칠 수 있어 계량화 기준 마련과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허영·노웅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가 예산 편성 원칙에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해 반영하고, 예산과 기금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서·결산서 작성 의무를 담았다. 인지 예·결산서에는 각 부처별로 온실가스 감축 관련 예산을 별도로 표기하고 전년도 사업과의 비교, 사업목표, 달성 여부 등 분석이 포함될 전망이다.

이들 법안은 당초 탄소감축 혹은 기후변화 인지 예·결산 제도로 발의됐다. 국회 기재위는 경제재정소위 논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외 메탄과 아산화질소 등 감축 대상을 포함할 수 있도록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 제도로 용어를 수정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2022년 1월1일 시행되며 2023회계연도 예산안부터 적용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제도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으로 2022년도 예산 편성 시 적용가능한 사업을 발굴해 시범 적용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결산 제도는 지난해말 문재인 정부가 확정·발표한 2050 탄소중립(넷제로) 추진 전략과도 이어진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보다 많은 흡수대책을 만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로 목표삼고, 3+1 대책을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이차전지·바이오 같은 저탄소 사업을 육성해 시장을 선점하다는 목표다. 탄소 중립 사회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취약계층과 산업을 보호하고 이들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후대응기금도 신설한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은 2일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석탄금융 중단을 선언하고 NDC 추가 상향 계획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NDC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했다"며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온실가스 감축 인지 예·결산 제도를 담은 국가재정법 발의 당시 난색을 표했던 기획재정부 역시 탄소중립 사회 전환이 국정과제로 떠오름에 따라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올해 NDC 추가 상향과 더불어 2022년도 예산 편성 작업부터 온실가스 감축 여부가 주요 판단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국가 예산 사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판단하고 실제 예산편성·심의에 활용할지 여부는 과제로 남았다. 2010년도 예산부터 적용됐지만 예산 편성과 심의 활용도가 떨어지는 탓에 예산 부속서류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 성인지 예·결산 제도의 뒤를 밟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인지 예·결산 제도는 온실가스에 영향을 주는 예산 사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제공한 정보를 실제 예산편성과 심의에 활용하지 못하면 기존 방식의 예산편성을 정당화하는 부속서류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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