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안돼, 밀린 세금 낼게요" 고액체납자의 절규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강주헌 기자 2021.04.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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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서울시, 고액체납자 1566명 찾아내 676명 계좌 압류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병원장은 10억원의 세금을 체납 중이었다. 서울시는 A씨가 125억 원(평가금액)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압류했다. 이에 A씨는 체납세금 중 5억8천만 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담보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 보류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23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서 개인 836명, 법인 대표 730명 등 고액 세금체납자 1566명의 거래 자료를 받아 이들 중 676명(계좌수 860개)의 평가금액 251억원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압류된 이들의 체납액은 총 284억원이었다.



고액 체납자의 가상화폐를 찾아내 압류, 납부 요청을 한 건 지자체 중서울시가 처음이다. 시는 지난 1월 '경제금융추적TF'팀을 꾸려 고액 체납자의 가상화폐 압류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병한 서울시 재무국장은 "최근 가상화폐 가격 급등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해 큰돈을 벌면서도 유형의 실체가 없는 틈을 이용해 재산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고액체납자들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면서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신속하게 자료를 확보하고 압류조치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납자들이 갖고 있던 가상화폐 종류는 BTC(비트코인) 19%, DVC(드래곤베인) 16%, XRP(리플) 16%, ETH(이더리움) 10%, XLM(스텔라루멘) 9%, 기타 30% 등의 비율이었다. 서울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작을 경우엔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을 경우 체납액을 충당한 나머지를 체납자에게 돌려준다.



가상화폐 압류는 거래소를 통해 체납자가 보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 금융계좌, 전자지갑, 가상계좌를 압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압류된 가상화폐는 계속적으로 가액이 변동이 될 수 있으나 입출금이 불가능하게 된다. 서울시는 아직 압류되지 않은 89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조치를 하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및 자금출처 조사 등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890명은 체납자의 가상화폐 자료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거나, 가상화폐 없이 소액의 원화금액만 있거나, 체납법인의 대표자인 경우 등이다.
/사진제공=서울시/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는 체납자 가상화폐 압류는 신속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한 만큼, 해당 거래소에 대한 직접수색 및 명령사항 위반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지방세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상위 30위 중 14개 거래소에도 지난 21일 고액체납자의 가상화폐 보유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으로 지난달 25일부터 가상화폐 거래소가 금융회사와 같이 불법재산 의심 거래, 고액 현금 거래 등을 금융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생겨 가상화폐는 더 이상 체납자들이 채권확보를 회피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국장은 "요청 자료들을 받는대로 즉시 추가 압류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비양심 고액체납자에 대한 징수활동을 빈틈없이 전개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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