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의장 쿠팡 총수지정이 한미FTA 위반?…산업부 "실무검토 중"

머니투데이 세종=안재용 기자 2021.04.2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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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산업통상자원부가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문제와 관련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 실무검토에 나섰다.

21일 산업부 관계자는 "(쿠팡 총수지정이) 이슈가 된 사항이라 실무차원에서 보고 있다"며 "공정위에서 요청이 들어와야 (한미FTA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고, 공정위 입장이 확실하게 정해진 것도 아니라서 어떤 사실을 예단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부가 쿠팡 총수지정 문제와 관련해 실무검토에 나선 것은 미국국적인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경우 한미FTA 상 최혜국 대우 규정을 위반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혜국 대우란 두 국가 사이에 대해 제3국에 부여하고 있는 조건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A국과 B국이 서로 최혜국 대우를 해주기로 약속한 후 A국이 C국에 적용되는 관세를 폐지했다면 B국은 자동으로 관세가 없어진다는 뜻이다.

쿠팡 총수지정과 관련 최혜국 대우 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정부가 S-OIL(에쓰오일), 한국GM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경쟁업체와 유통업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네이버 사례를 거론하며 쿠팡에 '외국인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그룹 지배력'을 이유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여론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사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리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국적과 관계없이', '지배력'을 기준으로 총수를 지정하겠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하고, 국적과 관련한 규정은 아예 없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하면 쿠팡의 의결권 76.7%를 보유한 '실질적 지배자'다. 따라서 법리에 충실할 경우 총수로 지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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