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열린 '2021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영상으로 참석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2021.04.20. [email protected]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영상으로 전한 이 메시지가 정치권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중국의 백신 외교를 이같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날 "포용성이 강화된 다자주의 협력이 돼야 한다"며 "코로나로 교역·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당장엔 자국 경제를 지키는 담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것이다"고 했는데 이게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나왔다.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베이징에서 영상을 통해 하이난에서 개막한 보아오포럼(BFA) 연차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1.04.20.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 방미는 백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의제가 돼야 한다"며 "사전에 철저히 교섭과 준비가 돼야하고, 미국 방문 전에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전력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런 미묘한 분위기는 올해 초에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4일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통화에 앞서 시 주석과 먼저 통화를 했다. 문 대통령은 1월26일 시 주석과 40분간 통화를 했다. 시 주석이 전화를 걸어오는 형식이었지만, 당시 한미 정상통화에 앞서 한중 정상통화가 이뤄진 점에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북핵문제에 더해 이제 백신문제까지 미국과 긴밀히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국과 먼저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어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올해 초 미중 패권 경쟁 속 한중 정상통화가 먼저 이뤄지면서, 미국 입장에서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야권에서 나왔었다"며 "이번에도 백신협의 등 중요한 의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먼저 소통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이와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영상메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기획이 된 것이었고, 다자주의와 아시아의 가치는 취임 후 계속 강조하는 얘기란 입장이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등 어느 특정 국가를 특별히 자극하거나 의식해 메시지를 내는 일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이번 보아오포럼 메시지는 책임 있는 중견 선도국으로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비전을 공유하는 게 골자다"며 "당면한 국제 위기 극복을 위한 아시아권 민관차원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유용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