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에 무게, 왜?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박종진 기자, 김은령 기자 2021.04.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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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에 무게,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동일인)를 김범석 이사회 의장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다. 당초 공정위는 미국 국적인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법인 자체를 대기업집단(그룹)의 총수로 지정할 계획이었으나 이 문제를 놓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실질적 지배력'이 있다면 총수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판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공정위는 쿠팡의 총수 지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한 결과, 총수를 법인이 아닌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막판 실무 작업 중이다.



공정위는 오는 30일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각 그룹의 총수를 지정한다. 쿠팡은 이번에 처음 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예정인데 공정위는 쿠팡의 총수를 누구로 지정할지를 두고 고심해왔다.

애초에 공정위는 쿠팡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김범석 의장의 국적이 미국인 점을 고려해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계획이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전례가 없고, 외국인이 총수인 경우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등) 규제 등 제재 실효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 한국GM은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상태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일부 경쟁업체와 유통업체 등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특히 네이버 사례를 거론하며 쿠팡에 '외국인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최고투자책임자(GIO)는 공정위에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그룹 지배력'을 이유로 이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여론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사후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리에 충실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즉 공정거래법에 근거해 '국적과 관계없이', '지배력'을 기준으로 총수를 지정하겠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에 해당하고, 국적과 관련한 규정은 아예 없다. 김범석 의장은 미국 국적을 갖고 있지만 차등의결권을 적용하면 쿠팡의 의결권 76.7%를 보유한 '실질적 지배자'다. 따라서 법리에 충실할 경우 총수로 지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공정위 사정에 정통한 국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실제 지배력 등을 따져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안다"며 "낡은 규제로 논란이 되는 '총수 기준' 등을 이후 손질하더라도 당장은 현행 법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공정위 수뇌부의 정무적 판단 등에 따라 최종 결정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직원들에게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함구령을 내리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인' 김범석, 공정위가 쿠팡의 '총수'로 검토하는 이유

"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에 무게,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동일인)을 미국 국적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기운 것은 철저하게 법리에 따라 사안을 원점 재검토한 결과다. 현행 공정거래법에는 명확한 총수의 정의가 규정돼 있지 않다. 다만 조문에 근거할 때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르면 총수의 국적은 핵심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

당초 공정위는 이번에 명시적인 '총수 지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쿠팡의 총수 지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 등을 고려해 지정기준 신설을 중기 과제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현행 공정거래법에 총수의 정의를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제2조의 "기업집단이라 함은 동일인(총수)이 다음 각목의 구분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의해 사실상 그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을 말한다"는 조항이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에 근거해 대기업집단의 '실질적 지배자'를 총수로 지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쿠팡의 총수 지정을 검토하면서 이런 법리를 철저히 따르기로 했는데, 이는 '실질적 지배력'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국적은 핵심 요소로 고려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와 특수관계인(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을 정할 때 국적은 직접적 고려 대상이 아니다. 일례로 롯데그룹 총수 신동빈 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마나미 여사는 일본 국적이지만, 총수의 특수관계인으로서 공정거래법을 적용받는다. 결국 공정위는 김범석 의장의 국적과 관계없이 김 의장이 그룹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 총수 지정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김범석 의장을 쿠팡의 '실질적 지배자'로 보고 있다. 쿠팡은 모기업(쿠팡INC)이 미국 회사지만, 매출은 대부분 한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한국 자회사 쿠팡을 누가 지배하는지가 중요하다. 김범석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10.2% 보유한 4대 주주이지만, 차등의결권에 따라 의결권을 76.7% 보유하고 있다. 결국 김범석 의장이 한국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또 공정위는 누가 그룹의 중요 사안을 실제로 결정·시행하는지 등 '정성적 요소'를 함께 보는데, 최근 쿠팡INC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김범석 의장이 주도한 점 등이 핵심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당초 오는 30일 대기업집단 및 총수를 지정해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총수 지정기준'을 신설,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내년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효성 등 여러 그룹의 총수 지정 및 변경 이슈가 불거진 만큼 지정기준 신설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이 재직할 당시에도 공정위 내에서 총수 지정기준 마련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있었지만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며 "공정위가 오는 30일 대기업집단 및 총수를 지정한 이후 총수 지정기준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에 무게, 왜?


'성장 발목잡을까' 김범석 총수지정 가닥…당혹스러운 쿠팡

"쿠팡 총수는 김범석"···공정위, 첫 '외국인 총수' 지정에 무게, 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총수(동일인)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으로 지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쿠팡은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혁신 기업으로 기존 대기업집단과 다른 구조의 기업이고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돼 타이트한 규제를 적용받는만큼 총수 지정으로 얻는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다. 여전히 고공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말 쿠팡을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에 지정할 예정이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당초 총수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최근 쿠팡의 총수 지정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총수를 법인이 아닌 김범석 의장으로 지정하기로 가닥을 잡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권 등에서 총수 지정에 대한 형평성 차원의 문제 제기를 하며 흐름이 바뀌었다.

쿠팡이 준대기업으로 지정되면 크게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 △공시의무(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기업집단현황·비상장사) 등 규제를 받게 된다.

쿠팡은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으로 성장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규제에 발목이 잡힐 상황이어서다. 국내 재벌 중심의 산업 구조하에 대기업집단이나 총수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지만 쿠팡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군에 적절한가에 대한 질문이 지속되고 있다.

또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S-oil, 한국 GM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쿠팡의 지배구조는 일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쿠팡 Inc의 최대주주로 쿠팡 Inc가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쿠팡주식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투자 규정 위반으로 통상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지속된다.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쿠팡 주식회사 뿐 아니라 쿠팡 Inc도 규제 대상이 되고 쿠팡 Inc 이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쿠팡 Inc 이사에는 그린옥스 창업자인 닐메타, 프라이머리벤처파트너 창업자 벤자민 선, 소프트뱅크에서 지명한 리디아 제트 등이 포함돼 공정위 규정대로라면 이들이 보유한 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긴다.

쿠팡 측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향후 해외 사업 등 사업을 확장, 성장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쿠팡 Inc가 규제 대상이 되면서 해외 사업을 위해 설립하는 해외 법인들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부작용에 비해 규제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쿠팡 Inc의 경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특수관계인 거래 규제를 받는다. 미국 연방규정(CFR)에 따르면 5% 이상 주주와 임원 뿐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특수관계인으로 적용받고 특수관계인이 거래에서 어떤 이해관계를 갖는지까지 상세히 공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인의 일환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무이슈 등 '뒷짐'...견제 부른 '100조 몸값'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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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놀라운 성장 속도 속에 가려져 있던 그늘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다. 물류 노동자의 잇따른 사망사고, 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총수(동일인) 지정 여부까지 잡음이 이어진다. 그 배경에는 쿠팡이 재계에서 손꼽히는 규모로 덩치가 커졌지만 과연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느냐는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 고공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에 대해 "법대로 했다"는 답만 반복한 쿠팡의 행태가 사회적으로 부정적 시선을 만들고, 결국 총수 지정이라는 '자충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립 11년만에 '대기업 집단'되는 쿠팡, 거세지는 견제
뉴욕 증시에 기업가치 100조원으로 직상장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한 쿠팡이 설립 11년만에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며 또 한 번 빠른 성장을 증명했다. 그러나 유통업계를 넘어 재계,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만큼 쿠팡의 덩치가 커지면서 견제 눈길도 거세지고 있다.

자산총액 5조원을 넘은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 지정을 앞두고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쿠팡 법인을 총수로 지정할 계획이었지만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의 반발로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실무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첫 외국인 총수 사례가 된다. S-Oil, 한국 GM 등 외국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기류를 바꾼 것은 쿠팡에 대한 거센 견제 시각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동안의 쿠팡에 관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쿠팡의 대응에 뒷말이 나오고 있던 상황에서 '규제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법대로 하면 된다? 근로자 사망·납품업체 고통 '나몰라라' 쿠팡
빠른 성장의 그늘에는 여러 부작용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장기간 적자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해야 하는 과제를 달성하다 보니 속도전에 치여 물류 노동자 사망사고, 판매사업자나 납품업체에 대한 과도한 요구와 갑질, 짝퉁 판매 등의 논란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쿠팡은 "사실을 왜곡하고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식의 대응을 해왔다. 대규모 채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고 100% 직고용으로 기존 택배업체와의 차별화된 고용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물류센터 인력을 1만2484명 추가고용해 전년대비 78% 늘리고 자동화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근로 환경을 개선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2명의 배송인력이 사망하는 등 물류 관련 인력 사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다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노동계에서는 유사한 사망사건이 이어지는 것은 노동 작업환경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반증일 수 있어 법적으로 쿠팡의 과실이 없다해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쿠팡 측이 현행 법상 허점을 이용해 노무 문제나 상생과 관련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을 어기지 않는 것은 최소한일 뿐 덩치에 맞는 사회적 책임에는 '나몰라라'식의 대응이란 비판이다. 이에 쿠팡을 겨냥한 규제 법안 발의도 수차례 진행됐다.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규정한 '로켓정산 법'이 대표적이다. 최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나 현재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에도 쿠팡의 지분이 크다.

쿠팡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 적자를 감수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쿠팡의 구조상 기부 등의 대규모 비용이 집행되는 사회적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상생이나 근로 환경 개선 등 고용 문제에 있어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업구조가 소비자 편익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구조지만 직원이나 파트너 업체들과의 관계에서는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속가능경영을 위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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