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살해한 딸 '성폭행 정당방위' 무죄→징역 5년…이유는?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4.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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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함께 술을 마시던 90대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딸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정재오 재판장)는 20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52)에게 원심 무죄를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5월1일 오후 2시50분쯤 대전 대덕구 친부 B씨(93) 집에서 함께 술 마시던 중 모친에 대한 얘기 등을 하다 다툼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에게 물건을 던지고 나무 받침대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쓰러졌으나 아무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이날 오후 4시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B씨가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72%의 만취상태였던 점과 치매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었던 점,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B씨에게 저항하려다 범행했다는 정당방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1심과 2심에 이르러 계속 진술을 번복하는 점, A씨 진술이 사건 당시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점에 비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사건 후 8개월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B씨가 성폭행하려 했다'고 진술을 바꿔 정당방위를 주장했다"며 "스스로도 본인의 기억력을 의심하고 있고, 사건 당시와 진술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친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도, 숨진 B씨의 명예를 위해 성폭행 사실을 숨기려 했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패륜아라는 가족들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뒤늦게 사실을 밝혔다고 하지만, 범행 전부터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A씨가 이를 고려했을진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가 옷을 벗은 뒤 자신의 치마를 벗겼다고 주장하지만, B씨는 옷을 입고 있었고 치마에서 혈흔이 발견된 것은 옷을 입고 상해를 입혔다는 반증"이라며 "자신의 패륜적 범행을 모면하기 위해 숨진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몰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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