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가리스 연구결과 발표/사진=남양유업
최근 남양유업 (511,000원 ▼6,000 -1.16%)의 불가리스 코로나19(COVID-19) 예방효과를 골자로 한 연구결과 발표 과정을 보면 3~4년전 스냅과 판박이다. 임상 없이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는 것 자체가 무리한 판단임에도 임원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 실무자 역시 코로나19 예방효과를 발표한다는 내용을 알지 못한 채 일을 진행했다고 한다.
남양유업도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당장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세종공장의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뼈아프다. 대리점 갑질, 경쟁사 비방, 창업주 손녀 마약사건 등으로 추락한 기업 이미지는 이번 사건으로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남양유업처럼 특정기업 이름이 걸린 법(남양유업방지법, 정식 명칭은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이 생기고, 8년간 불매운동에 시달리는 기업 사례는 매우 드물다.
독단경영에 따른 몰락의 상징이었던 스냅은 1년여만에 다시 성장가도를 달렸다. 그동안 문책이 두려워 보고하지 않던 문제들을 하나씩 개선하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해 증강현실 필터 적용과 콘텐츠 제작 등으로 신규사용자를 대거 유입시킨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스냅의 변화에는 스피겔의 반성이 있었다. 스피겔은 동고동락을 함께해 온 임원들이 연이어 퇴사하자 충격을 받고 독선적인 경영방식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문을 전직원에게 발송한다. 이후 새로운 임원들에 전권을 주고, 자신의 결정권은 최소화했다. 비밀리에 진행해온 중역회의를 없애고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대폭 늘렸다. 방음 유리벽으로 차단된 사무실은 개방된 자리로 옮기고 건의사항이나 아이디어를 언제든 제시할 수 있도록 메모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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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남양유업의 최종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홍 회장 일가가 장악하고 있다. 홍 회장과 모친인 지종숙씨, 홍 상무가 4명의 사내이사 중 세자리를 차지한다. 남은 한자리는 홍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이사 상무가 맡고 있다. 사외이사 2명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아닌 이사회 추천으로 선임하고 있다. 견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남양유업은 얼마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플라스틱 감축과 사회공헌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 경영을 강화한다고 했다. 문제는 E(Environment)와 S(Social)는 강조하면서도 G(Governance)에 대한 언급은 없다는 점이다. 정작 남양유업에 가장 시급한 것은 지배구조 개선임에도 말이다. 남양유업의 경영회복에 대한 해답을 모두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당사자만 모르는 듯 하다.
/사진=지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