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IPO 활황에도 소외된 롯데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1.04.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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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4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모습 /사진=롯데그룹지난해 7월 14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웨비나(Webinar) 형태로 진행된 '2020 하반기 VCM'에 참석한 모습 /사진=롯데그룹


IPO(기업공개) 시장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IPO 기업 수나 규모 면에서도 역대급이다. SK (163,400원 ▲2,100 +1.30%)LG (78,900원 ▲1,000 +1.28%) 등 대기업 집단들도 적극적으로 주요 계열사 IPO에 나서고 있다. IPO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주요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에 사용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먼발치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기업이 있다. 롯데다.



롯데는 지난해 초 주요 계열사 IPO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는 사실상 잠정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19(COVID-19)로 유통과 호텔 등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적정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컬처웍스, 코리아세븐, 롯데GRS(롯데리아), 롯데홈쇼핑 등은 IPO 출사표를 던진 지 1년이 지났지만 상장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내부에서 상장 주관사 선정과 IPO 시점만 검토 중이다.



지난해 초 롯데는 코리아세븐과 롯데GRS를 필두로 IPO에 나설 계획이었다. 황각규 전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IPO를 통해 보다 투명한 지배체제를 완성하고 그 자체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성장동력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IPO 대상 계열사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코리아세븐과 롯데GRS에 타격이 컸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06년 이후 14년만의 연간 영업적자다. 매출액도 0.26% 신장한 4조684억원에 그쳤다.


역대급 IPO 활황에도 소외된 롯데
같은 기간 편의점 CU(씨유)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128,000원 ▼1,000 -0.78%) 편의점 사업부문의 영억이익은 1647억원으로 16.2%,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19,660원 ▲50 +0.25%) 편의점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292억원으로 10.6% 감소에 그친 걸 감안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두 회사는 매출액도 각각 1.67%, 3.78% 신장했다.

올해 초 코리아세븐의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A1에서 A2+로 한단계 하향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GS리테일과 BGF리테일 등 상위 2개사와의 영업수익성 차이가 커지고 있다며 신용등급 강등 이유를 밝혔다. 최근 4년 사이 20배 넘게 급증한 순차입금도 문제로 지적됐다.

'롯데리아'와 '엔제리너스커피' 등 롯데 외식사업을 담당하는 롯데GRS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GRS의 2020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18.7% 감소한 6831억원, 19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롯데GRS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크게 줄어든 외식 수요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찌감치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를 준비해왔던 호텔롯데도 상황은 똑같다. 2015년 호텔롯데는 현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그러나 2016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 2017년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탓에 IPO가 중단됐다.

2020년 IPO 추진을 위해 그룹 내 재무통인 이봉철 롯데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을 호텔&서비스 BU(비즈니스 유닛)장으로 선임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호텔롯데 전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사업부 매출이 전년대비 반토막나면서 상장이 어려워졌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주 단위에서 IPO를 총괄하는 조직은 없고 각 계열사별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타격 때문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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