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일각에선 오 시장이 최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자 특정 거래를 부각시키며 집값 상승 책임을 '부동산 교란행위'로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이 거래와 관련해 실거래 조사를 공식적으로 요청한 적은 없다"며 "단지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특정 거래만 따로 빼내서 별도의 조사를 바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며, 국토부가 갖고 있는 이상거래 기준에 부합한지 여부부터 따져보고 이상거래 조사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국토부는 가격이 뛰었다는 이유로 이상거래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서울시와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서울시가 실거래 조사를 요청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장 조사 계획을 잡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무보고 이후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는데, 이른 시일 안에 자치구에 부동산 거래 신고 내역 자료를 넘겨 받아 상세 내용을 파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서울시가 실거래조사와 관련해 국토부에 공식적으로 정밀 조사를 해 달라고 요청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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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자체조사를 한다고 해도 결국 '키'는 국토부에 있다. 실거래가격 9억원이 넘으면 국토부 부동산거래분석기획반에서 조사를 한다. 외부에는 비공개하고 있는 자체 설정 기준에 따라 자동으로 이상거래 여부를 시스템상 걸러내며 여기서 이상거래 의심건으로 나오면 추가적으로 당사자 소명 등을 받게 된다. 의심거래 건수를 한두달 모아 한꺼번에 조사 하기 때문에 실제 실거래조사 착수에서 결론을 내기 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거래 가격이 높아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매도인이 반도건설의 자회사인 케이피디개발이어서 더 화제가 됐다. 매매거래가 성사된 아파트의 같은 동, 같은 층 옆옆집에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거주하고 있어서다. 계열사가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권 회장 보유 아파트값도 자동으로 뛴 셈이다. 반도건설은 "매도인이 자회사가 맞다"면서도 "매수인과는 절대 특수관계가 아니며 일반적인 거래일 뿐"이라고 이상거래 가능성을 일축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이상거래인지 여부를 떠나, 일각에선 오 시장이 특정 거래를 콕 찝어 언급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이 재건축규제 완화를 언급한 이후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 목동, 상계동, 월계동의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값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덩달아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은 2·4대책 이후 10주만에 상승폭이 처음으로 확대됐다.
규제완화 기대감에 재건축 집값이 크게 뛰어 오르자 오 시장이 집값 상승에 대한 책임을 특정 거래로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오 시장이 집값 안정화 방안을 강조하며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의 고민으로 읽힌다. 서울시는 부동산 교란행위에 대한 우려, 이상거래 가능성을 시사해 놓고 실거래 조사도 요청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