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부자’ 미국, 실업률 반토막…한국은 제자리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1.04.1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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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부자’ 미국, 실업률 반토막…한국은 제자리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던 미국이 빠른 백신 보급에 힘입어 실업자가 급감하는 등 신속한 경기회복을 이루고 있다. 반면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우리나라는 더딘 백신 보급 탓에 일자리 사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15일 미국 노동통계국의 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 2311만명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실업자 수는 올해 3월 971만명까지 떨어졌다. 약 1년 사이 실업자가 6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 2019년 미국의 월간 실업자는 500만~600만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3월 실업자가 700만명대로 증가한 뒤 4월과 5월에는 연속으로 2000만명대를 기록했다. 이후 실업자는 감소 추세를 보이며 8개월 연속 1000만명대를 유지하다 올해 2월 997만2000명, 3월 970만명까지 내려왔다.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실업률(계절조정 기준)도 개선 추세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4월 14.8%까지 치솟은 후 점차 낮아져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6.2%, 6.0%를 기록했다.



아울러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내 신규 실업급여 신청 건수는 지난해 3월 22~28일 한주 동안 무려 686만건에 달했으나 올 4월 첫째주(3월 28일~4월 3일)엔 74만4000건으로, 약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런 변화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부양책,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경기 회복세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14일(현지시간) 경기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백신 접종 확대와 강력한 재정지원이 경기를 부양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14일 기준 37.3%다.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는 고용사정이 크게 나빠지지 않았던 만큼 크게 좋아지지도 않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1·2·3월 한국의 실업자는 각각 157만명, 135만3000명, 121만5000명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던 지난해 3·4·5월 각각 118만명, 117만2000명, 127만8000명에 비해 오히려 나빠지거나 제자리 수준에 그쳤다.


실업률(계절조정 기준) 역시 지난해 3·4·5월 각각 3.8%, 3.8%, 4.3%였는데, 올해 1·2·3월은 각각 5.4%, 4.0%, 3.9%로 지난해보다 대체로 높았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고용시장 개선이 더딘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해고가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경기부양책 수준과 백신 보급 속도의 격차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한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11일 기준 2.22%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은 코로나19 감염자가 급감했고, 백신 보급으로 감염 확산 통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경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할 경우 경기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상황으로 회복된다고 봤을 때, 미국은 원래 경기가 양호했던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았던 것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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