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증권사 여성 임원 고작 4% .."유리천장 더 얇아져야"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여성 임원(등기·미등기 포함) 비율은 5.14%다.
한국투자증권은 임원 48명 가운데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 하나금융투자도 여성 임원이 1명에 불과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비상장사라 내년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2조원 이상 상장사 여성 이사 의무화)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경영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금융회사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은 고작 4%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조사대상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이스라엘(38%)의 10분의 1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인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금융투자업계의 문화가 더욱 남성적인 것 같다"며 "증권사에서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천장이 더 얇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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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여성 이사 선임을 고려하지 않던 증권사들이 법 개정에 다른 불이익을 피하고자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선다거나, 여성 인력을 특정 분야에 편중해 배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여성 인력 풀이 넓지 않은 한국사회 특성상 여성 이사 영입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임원급 경력이 되는 여성 후보자가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여성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승진하는 과정에 경력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최근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는 기업이 몰리면서 인력이 부족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외이사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외이사 이력이 대학 교수 등 특정 직군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개선하면 보다 넓은 풀에서 인력을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지금까지 이사회 사외이사는 대학 교수나 소위 말하는 감독기관 경력이 있는 이들로 집중됐다"며 "한정된 경력 내에서 찾다 보니 인재 풀도 당연히 적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여성 사외이사의 경력을 다양하게 접근한다면 인재 풀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업종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 등도 사외이사로 영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에도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분야의 전문가로 영역을 확장하면 사회 곳곳에 훌륭한 여성 전문가들이 얼마든지 많다"고 말했다.
여성 임원 비중이 확대되는 방향은 바람직하나 이 같은 추세가 자리잡기 위해선 다소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지금은 증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으면 여성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되지만, 20년 전에는 그 수가 훨씬 적었기 때문에 현재 임원 경력이 되는 후보자가 적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입사한 이들의 경력이 익어가면 앞으로 10년 후에는 여성 임원으로 승진할 인력 풀이 넓어지고 핵심 부서로 갈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