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건 중 1건이 강제결혼인 이 나라…신부 납치하다 살해

머니투데이 이소현 기자 2021.04.10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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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이 아이자다 카나트베코바(27)가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됐다 피살되자 이에 대해 분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로이터/뉴스1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이 아이자다 카나트베코바(27)가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됐다 피살되자 이에 대해 분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로이터/뉴스1


키르기스스탄에서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된 여성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해 분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아이자다 카나트베코바(27)는 지난 5일 3명의 남성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져 납치됐다. 범인 한 명이 강제 결혼을 위해 그녀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 장면을 포착한 보안 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됐지만 결국 경찰은 차량 추적에 실패했다.

카나트베코바는 이틀 뒤인 7일 수도 비슈케크 외곽의 들판에 버려진 차량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카나트베코바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납치범 한 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흉기로 자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카나트베코바의 가족들은 숨진 납치범을 안다고 말했다. 또 그에게 카나트베코바를 괴롭히지 말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고 했다.

3명의 납치범 가운데 또 다른 한 명도 경찰에 체포됐다고 키르기스스탄 국영 TV는 전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결혼을 위해 여성을 불법 납치하는 일은 빈번하다. 다수가 신부를 유괴하는 것이 키르기스의 고대 전통이라고 믿는 반면 일부 학자들은 불과 몇십 년 전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키르기스스탄은 지난 2013년 강제결혼을 위한 신부 납치를 불법화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드물며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꺼리는 여성들도 많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의 혼인 사례 5건 중 1건이 납치로 이루어진다. 키르기스스탄의 부모나 친척들은 젊은이들에게 특정 나이가 되면 가차 없이 결혼을 강요하는데 가난한 가정의 젊은 남성에게 신부 유괴는 가장 싸고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날 키르기스스탄 내무부 앞에는 500여 명의 시위대가 부끄러운 일이라며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시위대는 '아이자다의 죽음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아직도 살인이 전통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현지 언론인 마히누르 니야조바는 AP통신에 "아무 힘도 없는 우리 여성들이 이 같은 폭력을 감내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강제 결혼을 위해 납치된 여대생 부룰라이 투르달리 키지(20)가 납치범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하다 경찰서에서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살인범은 징역 20년형을 선고받았고, 20명이 넘는 경찰이 징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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