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두꺼운 韓 '유리천장'…이사회 내 여성임원 고작 4%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1.04.1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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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유리천장, 이대로 괜찮나②]

편집자주 온 국민이 주식을 하는 시대다. 유례없는 '동학개미운동'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그러나 유독 개선이 느린 분야가 있다. 바로 유리천장이다. 여성 주식 투자자들은 대폭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여성 롤모델은 부족하다. 금융투자업계의 여성 직원 비율 증가에도 투자전문가로 불릴만한 증권업계 고위 임원은 대부분 남성이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주 원인으로 꼽히지만, 국내 금융권은 해외와 비교해도 유독 여성 리더가 부족하다. 머니투데이는 금융투자업계 유리천장의 현주소와 최근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대해 조명해본다.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 유리천장 문제가 매년 제기되지만 기업들의 상황은 큰 변화가 없다.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여성임원 비율이 사실상 전무한 수준인 가운데 최근 '동학개미운동' 등으로 각광받는 증권·금융업권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경영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이만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금융회사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은 고작 4%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조사대상 37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가장 비중이 높은 이스라엘(38%)의 10분의1 수준이다.

금융권을 비롯해 여성임원 비율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매년 0.3~0.6% 증가율에 그치는 등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상무, 전무 모두 '남자'…전체 상장사 67.9%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도 양성정책평등 연차보고서' 자료는 한국의 유리천장 실태를 보다 자세히 보여준다.

2019년 기준 500대 기업 여성임원의 비율은 고작 3.7%였고 여성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약 56%로 나타났다.

전체 상장사(2072개)로 펼쳐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1분기 기준 전체 상장회사 임원 중 여성임원의 비율은 4%(1199명)에 그쳤고 상장사 중 남성임원만 있는 기업비율은 67.9%(1407개)나 됐다.


국회는 이같은 유리천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1월 자기자본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성할당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사회 절대 다수가 남성인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여성이사를 최소 1인이상 할당하게 하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법이 개정된 이후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150개사 중 여성임원이 존재하는 회사 수는 1년 사이 28개에서 47개로 증가(+12.6%)했다. 여성이사의 수도 33명에서 56명으로 증가(+2%)했다. 법개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전체 이사 중 여성임원의 비율은 5%에 그쳤다.

◇노르웨이, 임원비율 못 지키면 상장폐지까지
한국은 여성임원 할당제에 대해 첫 걸음을 뗀 수준이라면 주요 선진국은 보다 강력한 제도들을 이미 시행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최초로 여성임원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는 이사회 규모에 따라 △2~3명인 경우 남녀 각각 1인 이상 △4~5명인 경우 남녀 각각 2인 이상 △5~6명인 경우 남녀 각각 3인 이상 △9명 이상인 경우 남녀 각각 40% 이상의 이사를 두도록 규정한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조직개편 의무가 주어지고 최종적으로는 상장폐지까지 가능할 정도로 매우 강력한 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19년 말까지 여성이사를 최소 1인 이상 선임케했다. 또 2021년 말까지는 이사회 규모가 4인 이하인 경우 최소 1인, 5인인 경우 최소 2인, 6인 이상인 경우 최소 3인의 여성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독일도 강력한 여성임원 할당제를 시행 중이다. '임원직 내 남녀평등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자수 2000명 이상인 상장사는 감독이사회 구성원의 30% 이상을 여성에 할당, 할당비율이 충족되지 않으면 해당직위를 공석으로 한다.

지난해 11월엔 임원이 3명 이상으로 구성된 기업이사회는 최소 여성임원을 1명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도도입에 독일 연립정부가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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