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늦어도 안된다"…유정준 SK E&S 부회장의 '탈탄소' 타이밍론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4.07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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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상우 DL에너지부회장, 정연인 두산중공업사장, 정기섭 포스코에너지사장, 유정준 SK E&S부회장, 성윤모 산업부장관, 허용수 GS에너지사장, 구자용 E1회장, 정인섭 한화에너지사장, 김동욱 현대차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부사장은 6일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경제연구원(왼쪽부터) 허용석 현대경제연구원장, 김상우 DL에너지부회장, 정연인 두산중공업사장, 정기섭 포스코에너지사장, 유정준 SK E&S부회장, 성윤모 산업부장관, 허용수 GS에너지사장, 구자용 E1회장, 정인섭 한화에너지사장, 김동욱 현대차부사장, 송원표 효성중공업부사장은 6일 에너지얼라이언스 출범식에 참석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현대경제연구원


"같은 정책을 펴더라도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고 펴는 것과 아닌 것은 다르다. (탈탄소 방향은 옳다고 하지만) 너무 빨리 가다 죽을 수도 있고 너무 늦게 가서 도태될 수 있다. 그 타이밍을 잘 조절하는게 필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에너지얼라이언스가 정부 파트너로서 역할을 하겠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이 지난 6일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적극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민간 기업 중심의 '에너지 얼라이언스(Energy Alliance)'가 첫 출범했다. 국내 민간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중립 관련 자발적 공동체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유 부회장이 초대 의장을 맡았다.



현재 에너지 얼라이언스에는 SK E&S를 비롯해 현대경제연구원, 두산중공업, DL에너지, E1,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한화에너지, 현대차, 효성중공업 등이 동참했다. 앞으로 취지에 공감하는 구성원을 더욱 늘려나갈 방침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상위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하위권에 머물며 국제 사회에서 '기후 악당'이란 오명도 입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발적 모임인 에너지 얼라이언스가 한국을 기후모범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SK E&S유정준 SK E&S 부회장/사진=SK E&S
이날 유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줄곧 에너지 얼라이언스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함을 이야기했다.

유 부회장은 "수 년 전 세계은행 공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탄소 때문에 상각해야 할 이른바 '좌초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112조원)가 넘는다고 한다"며 "최근에는 고탄소 업종 9개에 노출된 대한민국 국민 투자 재산이 411조원이나 된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엄청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은 201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이를 10년 만에 늘리는 등 유럽은 일찍 에너지 전환기에 대비했다"며 "일본도 40년 동안 준비해왔는데 우리가 지금부터 시작해 10~20년 만에 (목표치까지) 가려면 부작용이 클텐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공급시설만 늘릴 것이 아니라 소비의 간헐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장기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하는데 이는 환경부만의 일도 아니고 산업부만의 일도 아니고 기업들만의 일도 아니라 함께 발맞춰 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극적으로 이볼루션(Evolution·진화)하지 않으면 남들에게 레볼루션(Revoulution·혁명) 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부회장은 에너지 얼라이언스의 초대 의장으로서 우선 과제로 에너지 기업과 신에너지 기업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잘 구성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연말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새로 내야 하고 신산업 정책들도 고민중이기 때문에 정책 입안에 있어 에너지얼라이언스는 '탄소중립' 큰 틀에 동의하면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할지 방법론을 잘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연말 '2030 NDC'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제출했다. 단 UNFCCC는 75개국이 제출한 NDC를 분석한 결과 이는 턱없이 부족한 목표여서 올 연말까지 목표치를 상향해 수정 NDC를 다시 제출할 것을 권고한 상황이다. NDC 목표는 한 번 설정하면 더 낮은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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